[쿠키 영화] “영화에서 말하려는 것은 사회적 신분 상승을 위해 성매매를 하는 젊은 여성들이다. 영화는 도덕적 가르침을 주려는 것이 아니고 주인공들의 책임과 욕망을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감독)
학비를 벌기 위해, 혹은 더 화려한 삶을 살고자 성매매에 뛰어든 여대생들. 우리는 이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 걸까.
영화 ‘엘르’는 프랑스 엘르 매거진의 저명한 에디터가 두 명의 매춘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담아냈다.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여자 안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유명 에디터인 그는 우아한 클래식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틈틈이 요가를 하며, 일에 있어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겉보기에는’ 완벽한 여자다. 기사 마감 시기가 다가오면 예민해지기 마련이지만, 두 아들과 남편은 이를 알아줄리 없다. 주어진 것의 고마움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아들과, 상사 가족과의 모임에서 비위 맞춰줄 것을 부탁하는 남편. 안느는 반복되는 삶의 권태로움에 지칠 대로 지쳐있다. 이런 그녀에게 두 매춘부와의 인터뷰는 커다란 변환점이 된다.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이는 샤를로트는 부모님과 남자친구의 눈을 피해 룰라라는 이름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여자다. 이런 현실이 싫지만 “담배와 비슷해 끊기가 힘들다”며 쉽게 돈을 버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 다른 여성 알리샤는 고급 아파트에서 화려한 삶을 즐긴다. 파리로 유학 온 첫날 가방을 잃어버리고 갈 곳을 잃은 그는 결국 이 일에 뛰어들고 한 달 만에 호화로운 아파트를 마련한다.
두 사람은 안느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집에서는 말도 잘 하지 않는 남자들이 ‘그녀’들에게는 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와 사사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심지어 알리샤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설렜다고 털어놓기도. 안느는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충격적 진실을 마주하고, 그간 쌓아온 삶의 가치관과 신념들은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엘르’는 매춘부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동안 미디어들이 매춘부를 훈계조로, 혹은 호기심과 엿보기 대상으로 다뤘다면 이 영화는 성매매를 여성끼리의 관점 교환을 통해 새롭게 접근한다.
또 이들을 수치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여성이 아닌 자신의 삶을 위해 당당히 살아가는 자존심 강한 여성으로 그린다. 그간 남자가 여자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깨고, 역으로 여자들이 남자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듯하다.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줄리엣 비노쉬가 안느를, 아나이스 드무스티어가 샤를로트, 조안나 쿠릭이 알리샤를 연기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로 오는 10월 11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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