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데려와… 81% 부담해…” 홈쇼핑의 ‘슈퍼 甲’ 횡포

“연예인 데려와… 81% 부담해…” 홈쇼핑의 ‘슈퍼 甲’ 횡포

기사승인 2012-10-11 22:18:00
[쿠키 경제] 최근 TV 홈쇼핑(이하 홈쇼핑)에서 주방용품을 판매해 90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C사는 유통비용으로만 7288만9000원을 부담했다. 수수료 4348만8000원에 자동응답전화 주문 할인금액과 무이자 할부 수수료는 물론 방송용 세트 제작비, 영상 제작비, 배송비까지 떠안았다. C사는 수수료와 추가 유통비용을 합쳐 매출액의 81%를 부담해야 했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줄여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유통 경로를 창조하겠다면서 출범한 홈쇼핑이 탐욕으로 물들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동안 납품업체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슈퍼 갑(甲)’인 홈쇼핑 상품기획자(MD)가 납품업체로부터 노골적으로 뒷돈을 받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행태는 결국 홈쇼핑에서 저렴하게 물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시킨다는 지적이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자료를 공개하며 “홈쇼핑 업체들이 중소 납품업체들의 이익을 가로채 최고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가 세트장비, 모델료, 게스트 초청비, 특수효과비 등을 모두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사례가 횡행하고 있다. 사전제작회의를 통해 홈쇼핑 관계자가 특정 연예인을 데려오라고 요구하거나 사은품으로 특정 상품을 끼워달라는 식의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강 의원의 조사에 참여한 한 납품업체 대표는 “홈쇼핑 측에서 ‘특정 연예인을 데려와라’, ‘소품은 최상으로 준비해라’, ‘인지도 있는 요리사를 모델로 써라’, ‘로고는 우리가 제작하고 대금 정산 시 정산하겠다’는 등의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이 업체 대표는 “요구를 거절하면 ‘편성이 곤란할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며 “추가 비용은 납품업체의 자발적인 요청에 의해 진행한 것으로 몰아간다”고 덧붙였다.

홈쇼핑 업체들은 공식적으로는 중소업체들과 30∼40% 선에서 수수료 계약을 맺지만 수수료 이외에도 추가 유통비용을 부담시켜 실질적으로 납품업체들이 부담하는 유통비용은 58∼81%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그동안 홈쇼핑 업체에 수수료를 내리도록 압력을 가해왔고, 그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3∼7% 포인트 정도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강 의원은 “중소 납품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수료가 낮아진 만큼 다른 항목의 비용으로 전가해 결과적으로는 납품 업체에 아무런 실익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결국 홈쇼핑 업체들이 고객과 납품업체에 돌아가야 할 이익을 가로채고 있는 것”이라며 “납품 업체들에 부당한 요구를 할 수 없도록 강력히 규제하는 한편 홈쇼핑 업계를 경쟁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김철오 기자
jsun@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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