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배우 이상훈, 펜 잡고 ‘독도’ 이야기 쓴 이유

[쿠키 人터뷰] 배우 이상훈, 펜 잡고 ‘독도’ 이야기 쓴 이유

기사승인 2012-10-12 15:15:00

[인터뷰] 배우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훈이 지난 9월 역사소설 ‘독도’(獨刀)를 펴냈다. 베스트셀러 ‘이별할 때 키스하기’와 ‘봉구삼촌’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무려 3년에 걸쳐 역사소설 ‘독도’를 집필했다.

‘독도’는 임진왜란이 벌어지기 한달전 독도를 지키게 된 이름 없는 조선 백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그에 대한 의문점을 갖고 가설, 추론 등의 과정을 거쳐 역사적 사실을 흥미롭게 담아낸다. 독도라는 역사소설을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아무리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말해도 외국 친구들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쉬운 말로 이소룡이 영화를 통해 절권도를 알렸고, 많은 브랜드들이 영화를 통해 홍보에 성공했어요. 이런 이유로 ‘독도’에 관한 책, 영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도가 우리 것이라는 것을 흡수시키고 싶었습니다.”



‘독도’는 이미 영화화가 결정됐다. 그의 소설 ‘봉구 삼촌’ 역시 초록별과 판권을 계약, 내년 3월에 크랭크인한다. 유난히 그의 소설이 영화화가 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눈으로 보는 소설’이란 해답을 내놓았다. 영상을 상상하며 글을 쓰기에 장면이 눈에 보이고 쉽게 읽히는 것이란다.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보니 영화화되기 쉬운 아이템을 찾게 되고 영상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소설가들이 개인적인 소소한 이야기를 담는다면, 제 작품은 영화처럼 기승전결이 뚜렷하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로 작용하죠.”

배우보다 작가로서의 활약이 더 돋보이는 요즘.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가 제안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작가는 ‘세컨드 잡’일 뿐, 배우로서의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연기하는 데 도움을 받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의 이런 위치에 도달하게 한 것이라고.

“글 쓰는 것은 연기 훈련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소설을 쓸 때는 방에 원고지를 여기저기 흩날려놓고 마치 소설가가 된 듯한 연기를 하면서 글을 써요. 또 소설 속 주인공에 저를 대입시켜 그 작품 안에 빠져들죠. 연기와 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같아요.”



배우로서의 삶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펜을 잡았지만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한때 연기자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꼈고 세상을 끝내려는 극단적인 생각도 했지만 박희준 감독의 ‘글을 써보라’는 조언이 전환점이 됐다.

“배우로서의 삶이 생각과 같지 않았고, 모든 것을 그만두리라고 마음먹었죠. 정말 바닥까지 간 상태였고 한달 반 동안 외출도 안하고 집에만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거울을 봤는데 얼굴이 수염으로 뒤덮여 있는 거예요. 그때 웃음이 빵 터졌어요. 제 모습이 정말 웃겼거든요. 그때 ‘찰나’라는 것에 대해 느낀 거죠. 그것을 계기로 세상을 다시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박희준 감독님을 만났는데 글을 써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나도 절실했기에 무엇이라도 다 할 수 있었어요. 차분히 앉아서 글을 써내려갔고 그렇게 완성한 시나리오가 첫 계약에 성공했어요. 제 글에 값어치가 매겨진 셈이죠. 그러다가 소설까지 쓰게 된 거예요. 시나리오와 소설은 패턴이 달라 또 다른 재미를 느꼈어요. 시나리오에서 한 줄로 끝낼 것을 소설은 한 페이지로 묘사해야 하니까요. ‘봉구삼촌’을 쓸 때는 비슷한 종류의 소설을 한 달 동안 41권이나 읽기도 했어요.”

배우와 작가로 이미 다방면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지만 그의 심장을 뛰게 하는 또 다른 꿈 하나가 있다. 바로 프로듀서. 그것도 국내가 아닌 할리우드를 목표로 한다.

“글을 쓰면서 시야가 넓어졌고 목표하는 것이 높아졌어요. 프로듀서로서 할리우드에 가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이미 외국에서는 코미디언이 작가도 하고 배우가 감독으로 인정받기도 하고 그런 직업군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잖아요. 저 역시 할리우드를 대상으로 제가 제작하고 출연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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