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로즈무비] 극장가도 대선 바람?…정치성 영화 쏟아져

[Ki-Z 클로즈무비] 극장가도 대선 바람?…정치성 영화 쏟아져

기사승인 2012-10-27 13:26:01

[쿠키 영화] 영화는 동시대의 이야기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사회의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12월 대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극장가에도 정치색 짙은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을 되짚어 보는 영화 ‘MB의 추억’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행된 고문의 처참함을 다룬 ‘남영동 1985’,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내용을 그린 ‘2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시대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유신의 추억 -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등 종류도 다양하다.

‘MB의 추억’은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던 내용을 현재와 비교해 꼬집는 다큐멘터리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에는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가 전면에 등장한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았고 영화계에서는 영화 자체에 대한 비평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온다면 과연 개봉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런 점에서 접근할 때 현 대통령이 5년간 지키지 않은 공약이 얼마나 되는지 비판적 시선으로 접근하는 ‘MB의 추억’은 개봉 가능 여부조차도 불투명했다.

영화 제작사 측은 “대한민국의 억압된 표현의 자유에 도전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쉽게 과거의 선택을 불문에 부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솔직한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지난 18일에 개봉했다.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남영동 1985’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 운동 시절 당했던 고문을 다룬다. 김 전 고문은 민청련 사건으로 1985년 9월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22일 동안 참혹한 고문을 당했고, 영화는 김 상임고문이 쓴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역사 속에 묻혀버린 고문의 실체와 치유되지 않은 상처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의 진실을 고발한다. “영화가 대선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한 정지영 감독의 의도대로 ‘남영동 1985’는 대선 한 달 여 전인 11월 22일에 공개된다.

정치적 외압설 등에 휩싸이며 수차례 제작이 중단됐던 영화 ‘26년’도 오는 11월 29일 드디어 관객과 만난다.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국가대표 사격선수, 조직폭력배,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펼치는 프로젝트를 그린 영화다.

영화가 비극의 현대사와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렸고 결국 제작사인 영화사 청어람은 우리 고유의 ‘두레’에서 착안, 관객들이 제작비를 모아 영화를 만드는 제작두레 방식을 도입했다. 대기업의 자본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없는 한국영화 산업구조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돌파구이자 두레를 통해 모두가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7년간 지속된 유신시대를 담은 영화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지막 7년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제작비 1억 3000만원은 전액 국민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충당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탱크를 몰고 광화문으로 들어온 10월 17일을 상징해 1017명의 후원자를 모집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75분 49초. 이 안에도 숨겨진 의미가 있다. 판결 18시간 만에 사형당한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75년 4월 9일을 상징하며 상영시간을 이에 맞춘 것. 영화는 오는 10월 말 개봉 예정이다.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한 위의 영화들과 달리 ‘광해 : 왕이 된 남자’는 ‘올바른 지도자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현재의 정치인들을 통렬히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에서는 이미 천만 영화의 대열에 올라선 ‘광해 : 왕이 된 남자’가 특정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관객들은 특정 인물 거론 대신 “대선 주자들이 봐야 하는 영화”라며 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영화가 12월 대선에 끼치는 영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막대한 영향을 줄 수도, 아니면 아예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의 어두웠던 이야기와 국민이 추구하는 지도자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영화적 기록은 관객들이 유권자로 변하는 순간, 분명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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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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