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가장 사랑하고 늘 잘해주고 싶지만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잊게 되는 가족. 영화 ‘가족 시네마’는 가족을 주제로 한 네가지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영화다.
영화는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 홍지영 감독의 ‘별 모양의 얼룩’, 이수연 감독의 ‘E.D.571’, 김성호 감독의 ‘인 굿 컴퍼니’를 통해 우리 사회 속 가장의 위치와 출산, 육아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담아낸다.
실직 가장과 워킹맘, 골드미스 등은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러나 ‘가족 시네마’에서는 극화된 기존 작품 속 캐릭터와 달리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실제 내 이야기, 혹은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더욱 피부에 와 닿게 한다.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아내의 늦둥이 출산을 앞두고 실직한 남편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의 탄생을 축복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실직 가장의 연약하고도 왜소한 모습을 통해 현시대의 가장이 느끼는 괴로움과 출산에 따른 한 인물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더 나아가 가족을 위해 한평생 바쳤지만 실직 이후 축 처진 어깨로 살아가는 4,50대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 사회에서의 ‘아버지’의 모습을 아프게 그려낸다.
홍지영 감독의 ‘별 모양의 얼룩’은 유치원생 19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씨랜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유치원 여름 캠프의 화재 사고로 딸을 잃게 된 엄마(김지영)가 바쁜 직장일로 딸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자책하고 아이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기둥줄거리로 한다.
김지영은 텅 빈듯한 눈빛과 축 처진 어깨로 아이의 죽음이라는 잊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엄마 연기를 펼쳤다. 툭하고 내뱉는 한숨만으로도 상처와 고통을 표현, 절제된 감정연기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수연 감독의 ‘E.D.571’은 과거 학비를 위해 자신의 난자를 팔았던 인아(선우선)에게 10여년이 지난 뒤 자신이 생물학적 딸이라고 주장하는 정체불명 소녀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30년을 배경으로 하며 선우선은 자신의 명예를 위해 아이를 저버리는 냉철한 커리어우먼으로 분한다.
영화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의 여성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출산파업’으로 맞서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더해 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고생하는 서민들의 상황과 생명경시에 대해 꼬집는다.
김성호 감독의 ‘인 굿 컴퍼니’는 임신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압력을 받고, 믿었던 여자 동료들마저 한두 명씩 배신해가는 과정을 세미 다큐 형태로 보여준다.
회사 구성원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속마음을 보여주는데, 이중적이고도 개인적인 이들의 모습은 나 역시 그런 태도를 갖고 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한다. 또 임신한 여성이 받는 직장 내 차별대우를 통해 저출산율의 원인을 지적한다.
‘가족 시네마’는 네 가지 이야기를 통해 가족 구성원 간의 고통과 아픔, 그들이 처한 상황을 느끼게 함으로써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또 냉정한 현실을 비추며 가정과 일 모두를 지키고 싶은 이들의 애환을 담아낸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오는 8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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