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담합 4000억 챙기고 큰소리치는 증권사들

7년 담합 4000억 챙기고 큰소리치는 증권사들

기사승인 2012-11-04 20:34:01

[쿠키 경제]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들이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사는 소액채권을 담합으로 싸게 매입해 수천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20개 증권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192억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삼성을 비롯해 대우·동양·우리·한국·현대증권 등 6개사는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증권사는 2004∼2010년 국민주택채권과 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등 소액채권 수익률을 담합해 4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증권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공동 소송에 나서기로 해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야후 메신저 활용해 수익률 합의=“그냥 하나로 정합시다. 4.87 아니면 4.95로 정하세요.” “4.87.” “좋아 다 4.87.” “입력합시다.” “확정.”

2004년 3월 31일 오후 3시30분쯤. 증권사들이 채권거래에 자주 활용하는 야후 메신저에서는 이런 대화들이 오갔다.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국민주택채권 수익률을 높여 채권가격이 떨어지도록 담합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소액채권을 구매한 후 즉시 되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동산 가격의 최대 5%에 달하는 채권 비용과 5∼10년인 만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이렇게 시중은행에 나온 채권을 신고수익률을 적용해 사서 다른 수요자에게 되팔아 차익을 남긴다. 수익률은 보통 증권사들이 거래소에 제출한 수익률 가운데 상위 20%에 해당하는 수익률과 하위 10% 수익률을 제외하고 나머지 70%의 수익률을 산술평균해 결정된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수익률을 높여 담합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채권을 팔 때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03년에는 동일한 수익률을 제출한 증권사의 비율이 32%였던 반면 담합이 시작된 2004년에는 비율이 84%로 치솟았고 2005년 이후에는 담합 비율이 90%대를 유지했다. 증권사들은 일반 투자자가 참여해 채권 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고 일부러 채권 가격을 높이기도 했다.

담합에 참여한 증권사도 2004년 4월에는 5곳에 불과했지만 2005년 11월에는 16곳, 2009년 1월에는 20곳으로 늘었다. 대상 채권도 처음엔 국민주택채권뿐이었으나 이후 서울도시철도채권, 지방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으로 확대됐다.

◇반발하는 증권사 이탈 가속화, 소액채권 시장 깨지나=증권사들은 공정위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며 행정소송 검토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검찰에 고발된 증권사들은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3년간 신규사업에 진출할 수 없고 5년간 자회사를 만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진도 크게 줄자 소액채권 수익률 제시 등 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매수 전담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9월 한 대형 증권사는 수익률을 1개월 이상 제출하지 않아 매수 전담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회기 중에 자격이 취소되기는 처음”이라며 “사실 자진탈퇴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의무 이행을 안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먹을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거액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들도 잇따라 매수 전담사 탈퇴 의사를 거래소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강창욱 기자 sharky@kmib.co.kr
김상기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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