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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난 1995년 모델로 데뷔해 얼굴을 알린 소지섭. '소간지'라고 불릴 정도로 큰 키에 스타일리시함을 자랑하는 그는 얼마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조사한 '연기력을 겸비한 모델 출신 연기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카인과 아벨' '유령'과 영화 '영화는 영화다' '오직 그대만'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회사원'에서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직장인이지만 알고 보면 살인청부회사에 다니는 킬러 지형도로 분해 극을 이끈다. 전작 '오직 그대만'에서 격투기 액션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는 맨몸 총기 액션을 선보이며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 홍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소지섭을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회사원'을 말하며 "그간 해온 어떤 작품보다 '고생했다'는 말을 많이 들은 작품"이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톱 주연에 다소 생소한 '오피스 액션' 연기를 펼쳤기 때문.
"무술 일인자분들이 만들어준 액션이었습니다. 다른 작품에서 선보이는 멋지고 화려한 액션이 아닌, 좁은 공간에서 펼치는 특별한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사무적인 액션이 주를 이뤘죠. 그런 점이 다른 액션 영화와 차별화된 점 같습니다."
'회사원'은 액션 장르지만 드라마가 강조된 작품이다. 그 역시 액션 보다는 회사원의 비애를 담고 싶고, 알고 싶어서 이 작품을 택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모든 직장인들이 자신에게 잠깐이라도 행복한지 물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회사원이라는 설정이 재밌어서 택했고, 그들의 비애를 담고 싶었습니다. 말 수가 적고 묵직한 지형도 캐릭터와 저 사이에 비슷한 점도 많았고요. 그렇다고 저와 똑같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저와 정말 똑같은 캐릭터였다면 오히려 택하지 못했겠죠. 마치 벌거벗은 느낌이 들테니까요(웃음)."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혹시 소지섭도 평범한 회사원의 삶을 살지는 않았을까. 배우가 되기 전 11년 동안 수영을 했고, 자연스레 그와 관련된 회사에 들어가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는 추측이다.
"어릴 적에는 당연히 회사원의 삶을 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배우가 됐고 지금은 연기가 정말 좋습니다. 물론 카페도 운영하고 있고 책도 쓰며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본업은 연기입니다. 그것을 버리고 다른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평생 연기를 하며 살고 싶다는 그는 스스로를 천재형이 아닌 노력파라고 소개했다.
"연기는 운동과 마찬가지로 타고나는 것이 있고 노력하는 것도 있는 거 같습니다. 1등은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고 분명 타고난 것이 있는 상태에서 노력을 해야 할 수 있는 거죠. 기본적으로 저는 연기적 재능을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기라는 게 정말 하면 할수록 재밌지만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영화 '오직 그대만'에서 호흡을 맞춘 송일곤 감독은 소지섭을 '보기 드문 타고난 멜로배우'라고 평했다. '오직 그대만' 뿐 아니라 다수의 작품에서 감성 멜로 연기를 펼치며 대중의 마음을 울렸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비극적인 사랑이지만 보고 있으면 그냥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좋습니다. 사랑을 가볍게 터치하는 이야기보다는 한번 사랑에 빠지면 끝까지 가는 그런 멜로를 좋아합니다. 실제 제 성향도 그렇습니다. 가볍게 사랑하는 걸 정말 싫어해요. 그럴 바에는 사랑하지 않는 편이 낫죠."
현재는 사랑을 하고 있지 않지만 '행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고.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상황도 달라 보이 듯 늘 '즐거워' '행복해'라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실제 인터뷰 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힐링'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정말 행복해집니다. 또 제가 즐겁고 행복해야 보는 사람도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배우들이 관객이나 시청자를 만날 때 기분 나빠 보이거나 우울해 보이면 고스란히 그 기운이 전해집니다. 요즘은 대중의 눈이 정확해져서 분명 이 배우가 어떤 느낌으로 사는지 바로 알 겁니다. 제가 행복하고 즐겁게 일해야 보는 분도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요(웃음)."
행복은 주기도 쉽고 받기도 쉽지만, 마음이 닫혀 있으면 아무리 큰 행복을 줘도 받지 못한다. 때문에 요즘에는 작은 것에도 감사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긍정의 기운을 이어받아 다음 작품은 밝은 것을 택하고 싶다고.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로맨틱 코미디 같은 밝고 경쾌한 작품을 만나고 싶습니다. 만약 차기작이 영화가 된다면 남자다움을 강조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기도 하고요. 어떤 작품이든 그 안에 녹아들어 최선을 다 할 테니 많이 응원해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사진=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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