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민수 정치부장
-안 후보와의 TV토론은 어떻게 평가하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우선 제가 몸이 안 좋았다. 감기가 심했다. 마음대로 말도 잘 안 나오고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
-오전 안 후보와의 회동은 어땠나.
“서로 각자 유리한 주장을 내놓으면 조금씩 계속 양보하면서 처음보다 조금 덜 유리한 쪽으로 가는 게 가능해야 되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안 된다.”
-안 후보 측의 가상 양자대결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건가.
“협상안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양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절충할 수 없다. 협상이 안 풀리면 후보 간 대화로 풀 수 있을까 해서 만난 건데 그런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서 그냥 헤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 단일후보 자리에 대한 양보 이야기가 오간다고 하던데, 담판 이야기도 나오고….
“지금 협상 중인데 더 깊은 이야기를 하면 못한다. 상대가 있는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는 없지 않나.”
-안 후보 측에서는 문 후보가 ‘양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유를 하나 들겠다. 단일화 방식으로 ‘축구를 할 거냐. 야구를 할 거냐’ 이 결정에 대한 위임을 한 거다. 그래서 야구로 정했다 치자. 그런데 그쪽은 11명 뛰고 우리는 5명이 뛰라고 한다면, 그런 룰과 선수 숫자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었다.”
-쟁점이 여론조사 방식만 남은 건가.
“협상팀이 처음 마주 앉았을 때 안 후보 측에서 꺼낸 것이 공론조사와 여론조사였다. 그걸 다 받아들였다. 그런데 공론조사 대상의 샘플방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끝내 (그쪽이) 요구를 바꾸지 않았다. 그러다 공론조사를 할 수 없는 시간이 됐다.”
-안 후보와 비교해 자신의 강점을 말해 달라.
“전체적으로 대통령 감으로서, 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면에서 제가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안 후보도 강점이 있지만 국정운영 경험 등 제 강점을 더 높이 평가한다.”
-박 후보에 비해 문 후보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선 역사의식이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가려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요즘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이야기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토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박 후보에 비해 제가 살아온 경력이 차별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박 후보 측에서는 경쟁상대로 문 후보가 수월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단일후보가 되면 참여정부 공과에 대한 공격을 많이 할 텐데.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를 나란히 평가한다면 저는 참여정부가 ‘100전 100승’이라고 본다. 정권 심판론으로 가면 무조건 우리가 이긴다. 새누리당은 그걸 피하기 위해 당 이름을 바꾸고 화장하고, 옷 갈아입고 나온 것 아니냐.”
-참여정부의 과(過)는 없는 것인가.
“참여정부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참여정부에 대한 전체적인 긍정의 토대 위에서 조금 아쉬웠다는 차원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이제 참여정부가 부족했던 부분까지 성찰해 뛰어넘어야 하는 게 과제다.”
-참여정부를 언급할 때 친노(親盧·친노무현)계 비판이 빠지지 않는다.
“(친노계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친노계에 대한 반감 때문에 문 후보가 호남에서 지지율이 좀 낮게 나오는 것 아닌가.
“아니다. 지금은 내가 호남에서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단일후보가 된다면 지지층을 확장해야 할 텐데.
“지금 박 후보의 지지율에 비해 저나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덜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야권 단일 후보가 만들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이 지금은 압도적으로 많다. 누가 단일 후보가 될지 모르니까 정권교체를 바라는 지지층이 규합되지 못하고 관망 중이라고 본다. 단일화가 되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붐이 일어날 수 있다.”
-단일화 때 문 후보와 안 후보 양측의 지지층 이탈에 대한 우려가 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서로 정체성이 전혀 다른 단일화였다. 때문에 야합이라는 비판이 있었고 실제 정 후보의 지지자들이 이탈했다. 하지만 단일화 되자마자 노 후보의 지지율은 시너지 효과로 단일화 전보다 훨씬 올라갔다. 상대 지지층의 일부 이탈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단일화 붐이 일고 시너지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단일 후보가 나오면 박 후보와 박빙 싸움이 아니라 큰 표차로 이길 수 있다는 건가.
“단일화만으로 안 되고 단일화 후 시너지가 생기면서 ‘이길 수 있다’는 참여 열기가 일어나야 한다. 그것이 2002년 대선의 승리방식이었다. 정체성이 서로 달라 단일화 후 양측 세력이 갈라섰지만 단일화 자체만으로 붐이 생겼고 그 붐이 멈추지 않았다.”
-현재 ‘아름다운 단일화’가 안 되고 있어 2002년처럼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남은 마무리가 중요하다. 이제 좋은 결론을 내고 단일화가 이뤄졌을 때 남은 후보가 선택된 후보에게 힘을 보태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단일화가 되면 국민연대에 대한 관심이 커질 텐데.
“새 정치 공동선언문에도 ‘서로 돕는 국민연대’라는 말을 썼는데 실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는 정당이고 안 후보 측은 정당을 부정하는 상태여서 양 세력간 정치적 연대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문 후보의 구상은.
“제 욕심 같아서는 안 후보 지지층까지 싸안고 더 넓어지는, 더 큰 민주통합당을 만들고 싶다.”
-안 후보가 입당해야겠다.
“(웃음)”
-방송기자클럽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했던 게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 좀 맡아 달라고 해 고민을 했지만 민정수석은 법적인 업무가 많아 법률가가 할 수 있는 일의 연장선상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그런데 뒤에 비서실장을 맡은 것은 정무적인 자리다. 제가 선을 넘어선 것이고. 저로서는 그게 후회스럽다는 것이다. 이어서 제가 진 짐들이 있지 않나. 민정수석으로 끝났어야 했다(웃음).”
-민정수석 시절,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담당 국장에게 압력성 전화를 건 것은 사실인가.
“기억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가 아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업무상 알아볼 일이 있으면 ‘무조건 장관 (전화)바꿔’ 이랬다더라. 그런데 저는 그런 스타일도 아니고 실제 업무를 하는 국장을 찾아달라고 한 것이다. 평소 아는 분이 아니어서 제가 전화 건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그런 사이에 제가 무슨 청탁을 했겠나.”
-어떤 리더십의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통합의 리더십을 지향하고 싶다. 서로 싸우지 않는 정치 문화를 만드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남긴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정리=백민정 임성수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