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군사 지원 확대=뉴욕타임스(NYT)는 경제력 쇠퇴를 겪고 있는 일본이 최근 군사 지원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아시아 역내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은 얼마 전 도로건설 지원 등을 명목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동티모르 등에 병력을 파견했다. 비전투 분야지만 향후 본격적인 군사 지원의 전초전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이 몇 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군사 교류를 하는 국가를 보면 대부분 중국의 잠재적 라이벌이다. 일본은 2009년 미국 이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호주와 합동군사훈련을 했고 올 6월에는 인도와 첫 합동훈련을 벌였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필리핀, 베트남과도 합동 군사훈련을 하거나 할 예정이다.
특히 일본의 용의주도함은 해상 경비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일본은 최근 10년간 필리핀, 베트남에 해양경비 관련 기술을 이전해줬다. 또 얼마 전에는 동남아 국가의 해양경비 관리들을 초청해 자위대 경비정(쾌속정) 승선 행사를 가졌다.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벌이는 국가를 측면 지원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목표는 중국 견제=일본의 은밀한 군사적 부상(浮上)은 일본의 국가안보전략이 사실상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중국과 대조적으로 일본의 영향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 관리나 군사외교 전문가들 역시 일본의 최근 움직임은 중국에 대응하는 국가를 돕는 차원이라고 인정했다.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이런 움직임을 “우리가 원하는 것은 중국에 대응하는 연합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나가시마 아키히사 방위성 차관도 “일본의 추락을 그냥 지켜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군사장비 판매까지 가나=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군사 협력을 하자며 일본에 먼저 요구하기도 한다. 일본은 필리핀과 베트남 양국 해양경비대에 척당 1200만 달러에 달하는 경비정 10척을 제공할 방침이다. 고타니 데쓰오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우리 전략은 남중국해에 일본 해양경비대, 자위대 같은 병력이 만들어지도록 하드웨어와 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또 조만간 베트남 말레이시아 호주 등에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 이지스함, 구축함 등을 판매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는 일본이 꿈꾸는 역내 군사교류의 마지막 단계다. 미국 역시 일본의 이런 움직임을 내심 환영하고 있다. 중국에 맞서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군사력이 한층 강화되기를 원하는 미국의 전략과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