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진단] 지나온 1년으로 내다본 '종편'의 미래

[방송 진단] 지나온 1년으로 내다본 '종편'의 미래

기사승인 2012-12-01 13:00:01

[쿠키 문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가 개국 1년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1일 논란 속에 개국한 종편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과락 일색이었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방술 기술 사고와 시청률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보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명예롭지 못한 첫 발을 디딘 종편의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는 말이 있듯, 비판보다 무관심이 더 가혹한 법이다. 비난의 여론이 난무했지만, 갈수록 종편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무관심 그 자체다. 결과는 예상보다도 더 처참했다. 최근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1일 개국 후 올해 11월 18일까지의 종편 4사의 시청률이 평균 0.54%였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나타낸 방송국은 MBN으로 0.64%이고, 뒤를 이어 JTBC가 0.565, 채널A가 0.552로 조사됐으며, TV조선이 0.432로 꼴찌의 수모를 안았다. 1년 동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은 JTBC가 중계한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한국과 레바논 전으로 7.5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위도 역시 축구 중계였는데 한국과 카타르 전으로 3.18%의 수치를 올렸다. JTBC가 상위 5위까지를 싹쓸이함과 동시에 50위권에 21개의 프로그램의 이름을 올렸다.

보통 방송사가 개국하면 가장 중요하게 기획하는 것이 예능 프로그램이다. 어떤 능력 있는 개그맨과 MC들을 데리고 오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1992년 SBS가 개국하면서 MBC와 KBS의 유명 개그맨들을 대거 영입한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종편에서도 수많은 예능인들이 이동했다.

대부분 종편으로 이직한 PD나 작가와의 의리를 위해 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프로그램의 성공보다는 ‘종편행’이라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감내해야하는 몫이 더 컸다. JTBC ‘상류사회’에 출연 중인 개그맨 이수근은 최근 “처음에는 종편으로 오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라며 “김병만과 순수하게 함께 출연을 결심했지만, 질타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종편은 개국한 뒤 화려한 캐스팅에 빛나는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드라마 등을 야심 차게 내놨지만 지속적으로 제작하는 데에 한계를 느끼고 손을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드라마와 달리 매번 캐스팅을 해야 하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개국 초기 인기 스타들을 내세워 일제히 화려한 출발을 보였지만 갈수록 지상파와 경쟁력에서 밀려나며 섭외가 어려워지자 줄줄이 폐지했다. MBN ‘쇼 케이 뮤직’와 채널A의 ‘K-팝콘’, JTBC의 ‘뮤직온탑’ 등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1년도 안돼 폐지되는 수순을 밟았다.

이드라마는 비교적 다른 프로그램보다 다소 높은 시청률을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 스타 PD와 작가 그리고 연기력이 검증된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들이다. JTBC 개국특집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은 마니아 층이 많은 노희경 작가 특유의 감성과 독창성이 빛나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김수현 작가의 TV조선 3부작 ‘아버지가 미안하다’의 시청률은 전국기준 1% 이상을 기록했다. 그 외 JTBC의 ‘인수대비’와 TV조선의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또한 주목을 받았었다. JTBC ‘아내의 자격’ 또한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4.9%라는 시청률로 종편의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고, 최근 방영 중인 김수현 작가의 JTBC ‘무자식 상팔자’ 또한 인기다.

드라마가 모두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조기종영이 수두룩했다. TV조선 드라마 ‘한반도’는 무려 100억 원이 넘게 투입된 블록버스터 드라마였으나 캐스팅부터 편성까지 난항이 거듭되다 결국 쓰디쓴 조기종영으로 막을 내렸다. 기획 초기 단계부터 배우 캐스팅 번복 및 지상파 편성 실패 그리고 결국 낮은 시청률로 조기 종영이라는 지속적인 수순을 밟게 된 ‘한반도’는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비운의 작품으로 남았다. 조기종영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은, 드라마의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절반 이상으로 뚝뚝 떨어지는 시청률로 인한 경제적 위험부담을 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종편의 화려하고 야심찼던 출발은 곧 암담한 현실로 다가왔다. 개국 초반 방송 기술 사고와 시청률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보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도 한몫했다. ‘웰메이드 드라마’를 표방하며 작품성으로 승부를 건 시도는 좋았으나, 결국 물리적 한계를 지닌 열악한 환경과 염려했던 태생적 문제점이 그대로 수면으로 드러나며 결국 시청자들의 시선까지는 끌어오는 데에는 실패한 셈이다.

종편은 1년 사이 광고 매출의 하향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종편의 광고매출을 6000억원 규모로 예상했으나, 1년 만에 3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한국신용평가는 시청률 1%당 광고 매출을 계산한 결과, 종편이 낮은 시청률로 연간 약 10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꾸준히 시청자층을 이끌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채널A의 ‘먹거리 X파일’과 JTBC ‘상류사회’ ‘신화방송’ 등은 꾸준히 시청자 층을 넓히며 장수했다. ‘소비자 고발’로 유명한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해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착한 식당’을 발굴해 소개해오고 있다. 제작진과 음식평가단이 철저한 검증을 거쳐 착한 식당을 선정하는 ‘착한 식당-모자이크를 벗겨라’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와 인기 코너로 자리 잡았다.


이수근과 김병만이 함께 하는 ‘상류사회’는 절친인 이수근과 김병만이 전국의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택배 물품으로 특별한 일상을 보내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KBS ‘해피선데이’의 이동희 PD와 인연이 깊던 이수근과 김병만이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에 방송 초반 화제를 모았었다. ‘신화 방송’은 ‘장수 아이돌’로 불리는 그룹 신화가 주인공이 되어 SF채널, 다큐채널, 음악채널, 스포츠채널 등 매주 다양한 장르와 포맷의 방송 프로그램에 도전해보는 신개념 버라이어티다.

지난 1년을 바탕으로 내다본 종편의 미래는 어떨까. 한 방송 관계자는 “12월 대선의 결과에 따라 종편의 내년 운명이 갈린다”고 내다봤고,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한계를 다 드러냈다. 그동안 꾸준히 업계 일각에서 나돌던 인수설 등이 1~2년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종편이라는 물리적 한계는 분명 있지만 개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올리는 케이블 방송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종편의 위기는 ‘킬러 컨텐츠’의 부재로 인한 참담한 결과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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