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평행이론’으로 충무로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권호영 감독이 이번에는 사이코메트리라는 생소한 소재를 택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사이코메트리는 물체와 접촉해 과거를 읽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외국 영화나 만화에서는 종종 등장했던 소재지만 국내에서 영화화 된 것은 처음이다. 소재의 독특함과 참신함에서 일단 관객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이 소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모양새다.
영화는 강력계 형사 양춘동(김강우)이 연쇄 아동유괴 사건을 쫓는 중 김준(김범)이 그린 벽화와 실제 사건 장소가 일치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용의자로 지목해 추적하지만, 사이코메트리라는 사실을 인지한 뒤 힘을 합쳐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는다.
김준은 사라진 아이의 옷과 물건을 만지며 수사에 필요한 다양한 단서를 잡아낸다. 하지만 그의 능력은 극에서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로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다. 영화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인간 김준의 사연에 더욱 집중한다. 김준의 주변인물과 더 나아가서는 소통과 관심의부재에 대한 부분도 건드린다. 때문에 스릴러보다는 드라마 느낌이 강하다.
김준은 손으로 만지면 과거가 보이는 원치 않는 능력 때문에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아픈 상처가 있다. 그에 대한 후회와 자책은 그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켰고 ‘누군가를 죽인 손’이라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상처를 가진 양춘동은 그에게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손’이라고 말하며 세상 밖으로 인도한다.
김범은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야하는 준의 내적 갈등과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발휘할 때의 광기어린 모습을 떨리는 손길, 목소리, 눈빛으로 실감나게 표현해 냈다. 캐릭터에 대해 물음표로 가득했지만 느낌표가 될 때까지 연구했다는 그의 노력이 빛난다. 이에 더해 영화 속 그의 이미지와 사이코메트리는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초능력을 발휘 할 때 눈동자가 초록색으로 변하거나, 매번 코피를 쏟는 모습, 비둘기를 만지며 과거를 보는 등 일부 반복되는 과한 설정은 진지한 상황임에도 몰입 보다는 방해요소로 작용,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다소 떠다니는 이야기는 김강우를 만나 중심을 잡은 듯하다. 경찰 역할만 세 번째라는 그는 기존에 선보인 이지적인 모습과 달리 뻔뻔하고 능청맞은 문제아 형사로 분해 극을 이끈다. 김강우의 인간적 매력을 만난 것 같아 반갑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웃음 코드와 조연 박성웅, 이솜, 이준혁의 활약은 자칫 진지하고 무겁게만 흐를 뻔한 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또, 두 사람이 사건을 추적하며 각자 품고 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생각하고 왔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지만 독특한 소재와 지루하지 않은 전개로 팝콘무비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19세 이상 관람가.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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