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예능계에 한겨울 추위보다 더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프로그램 폐지 등의 고강도 처방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MBC의 잇단 프로그램 폐지에 이어 KBS 역시 다수의 프로그램에 대한 개편을 예고해 예능계 지각변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방송사들이 저마다 시청률 경쟁을 극복하기 위한 ‘경영 편성’을 내세우며 잇따라 예능 프로그램들이 ‘칼바람’을 맞는 불행을 겪고 됐다. 과거에는 시청률이 저조해도 제작진 및 출연진의 교체 등을 거쳐 최소 6개월 동안 방송을 한 뒤 개편 조정을 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방송 6주 만에도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시대가 됐다.
예능계를 움직였던 강호동과 이경규도 예외는 없다. KBS ‘달빛프린스’에 이어 ‘해피선데이’의 코너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이 폐지될 전망이다. ‘남격’은 이달 말께 마지막 녹화를 진행할 예정이며, 새로운 후속 코너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3월 첫 방송된 ‘남자의 자격’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부제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소소한 즐거움과 감동을 안겼다. 특히 ‘남격 합창단’을 지휘했던 박칼린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라면왕 콘테스트’를 통해 이경규는 자신이 개발한 라면 ‘꼬꼬면’을 시중에 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폐지 수순에는 시청률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1박2일’과 함께 ‘해피선데이’의 인기를 견인했던 ‘남격’은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스타’, ‘런닝맨’ 등에 1위 자리를 빼앗기고, 더불어 MBC ‘아빠 어디가’의 기습적인 인기 상승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격’에 앞서 강호동의 복귀작이었던 토크 프로그램 ‘달빛프린스’ 또한 시청률 부진으로 끝내 폐지 수순을 밟게 돼 방송 6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시청자와 스타가 함께 책을 읽고 기부를 함으로써 행복을 찾는다는 콘셉트의 ‘달빛프린스’는 강호동을 주축으로 탁재훈, 정재형, 용감한 형제, 최강창민 등이 함께 MC로 나서며 주목을 받았지만 3%의 저조한 시청률을 올리며 외면 받았다.
MBC의 경우는 더 하다. 지난해 ‘우리들의 일밤’의 코너 ‘룰루랄라’와 ‘꿈엔들’ ‘남심여심’ ‘무한걸스’ ‘승부의 신’ 등의 코너가 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대부분 애국가 시청률과 맞먹는 1~3%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인 탓이 컸다.
장수 버라이어티 토크쇼 ‘놀러와’도 이러한 ‘시청률 칼바람’을 견디지 못했다. 지난 2004년 5월 출발한 ‘놀러와’는 유재석과 김원희 두 MC를 앞세워 한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자랑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5% 이하의 저조한 시청률로 ‘놀러와’가 폐지된 후 야심차게 내세운 것이 ‘토크클럽 배우들’이었다. 배우 황신혜, 심혜진, 송선미, 예지원 등 여배우들의 공동 MC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MBC ‘토크클럽 배우들’(이하 ‘배우들’)이 마지막 인사 없이 조용히 막을 내렸다.
그러나 첫 방송에서 4.1%의 시청률을 보였던 ‘배우들’은 2회에서 2.3%라는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두 달여 만에 폐지된 ‘배우들’의 출연진들은 마지막 방송에서 별다른 작별 인사를 남기지 못했고, 대신 자막이 종영한다는 문구로 대신했다. 사전에 마지막 녹화라는 안내가 없었기 때문이다.
SBS 또한 예외가 아니다. 고현정의 ‘고쇼’가 1년 여만에 막을 내렸고, 효자 프로그램이었던 ‘강심장’을 폐지하고 신동엽, 김희선, 윤종신을 앞세운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를 내세우는 등 조금씩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KBS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연예인의 소속사 관계자는 “황당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라는 표현으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아무리 시청률이 저조해도 이 정도의 홀대는 아니었다. 이제는 기본이나 최소한의 도의가 통하지 않는 냉혹한 시대”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한 예능국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느 정도만 돼도 최소 10%의 시청률이 보장됐었지만 이제는 ‘애국가 시청률’이라 부르는 3%대도 흔하게 됐다. 종편에도 시청률이 밀리는 상황에서, 칼바람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MBC ‘아빠 어디가’가 잭팟을 터트렸듯이 수많은 변화 속에 하나는 얻어걸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즐겨보던 프로그램을 잃게 된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넘어 분노와 항의를 내보이고 있다. 프로그램 게시판과 각종 포털 사이트 내 커뮤니티에는 프로그램 폐지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아가 방송사들의 공공성 부재와 지나친 상업주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청자는 “열혈 시청자 층을 두고 있는 MBC ‘무한도전’은 초반 5%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시청률을 올렸었다”라며 “이후 슬기롭게 꾸준한 변화를 꾀했고 결국 MBC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라는 글을 올리며 수많은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리는 최근 예능계의 칼바람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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