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안하기로 유명한 배우 한석규가 오랜만에 국내 언론과 만났다. 그간 인터뷰를 기피한 이유는 “배우는 말로 하는 직업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직업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말보다는 연기로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그는 오랜만에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에 대해 “오는 14일 개봉하는 ‘파파로티’ 홍보의 목적도 있지만 그간 인터뷰 거절로 인해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기자들에게 어쩌면 그동안 모욕감을 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게 가장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의도치 않게 그렇게 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통해 사과하고 싶었죠.”
그러면서 관객들은 배우의 사적인 부분을 몰라야 더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래서 더 감춰온 면도 있다고.
“주변에서는 제가 왜 이렇게 저에 대한 이야기를 병적으로 하기 싫어하냐고 묻기도 해요. 그런데 배우의 사적인 부분이 너무 많이 알려지는 것보다 ‘저 사람은 뭘까’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를 보는 게 더 좋지 않나요? 그래서 겸사겸사 인터뷰를 고사해 온 것인데 이제는 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의 스무번째 작품인 ‘파파로티’는 ‘힐링무비’ 열풍을 이을 만한 따뜻하고 착한 영화다. 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성악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건달 장호(이제훈)와 오래 전 꿈을 잃어버린 음악선생 상진(한석규)이 엮어지는 이야기가 기둥줄거리.
“똥인지 된장인지는 먹어보지 않아도 척 보면 안다”는 시니컬한 가치관을 가진 상진은 한석규를 통해 이웃에 있을 법한 현실감 있는 선생님으로 형상화된다. 나지막한 목소리와 특유의 말투는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역시 한석규’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상진이라는 인물은 다룰 수 있는 폭이 넓은 캐릭터예요. 배우들은 진폭이 넓은 배역을 만났을 때 기쁘고 좋거든요. ‘파파로티’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용도 좋았지만 캐릭터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꿈을 잃어버린 사람의 모습, 다시 누군가의 꿈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에서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완성된 영화를 여러번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진솔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죠.”
“연기, 두려움 느끼는 순간 끝”
한석규에게도 연기가 두려웠던 순간이 있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겁 없이 덤볐지만 서서히 연기를 알아가면서 덜컥 겁이 났고 허리까지 다치면서 위기의 시간을 보냈다.
“배우로서 가장 힘든 순간은 연기가 두려울 때예요. 원래 허리가 안 좋았는데 ‘이중간첩’ 때 다시 허리를 다치면서 모든 것이 두려워졌어요. 일단 몸을 건강하게 하고 난 후 다시 조심스럽게 연기를 시작하면서 그런 것들을 이겨냈어요. 그때 했던 작품이 ‘주홍글씨’였죠. 그때 연기에 대한 무언가를 찾은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 큰 자산이 됐죠. 그런 위기 없이 쭉 갔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없었을 거고요.”
‘주홍글씨’를 시점으로 그의 연기관도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를 펼쳤다면 그 이후에는 ‘나를 위해’ 연기하게 됐다고.
“이전에는 제가 한 생각을 관객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 연기를 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에 보니 제가 느끼고 싶어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요즘에는 학생 때 배우를 꿈꾸면서 만들었던 무대들의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연기하는 것 같아요.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네요.”
“신인감독과의 호흡, 기회 주고 싶다”
한석규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유난히 신인 감독과 함께한 작품이 많다. 인지도 높고 안전한(?) 유명 감독과의 작업도 수월할 텐데 신인 감독들과의 작업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회를 주고 싶어요. 군 시절 ‘새로운 한국영화를 위하여’라는 책을 읽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기존의 것을 뒤엎고 새로운 영화를 요구하는 그런 주제였죠. 한국영화에도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신인감독과의 작업이 필요한 거죠. 그것이 한국영화에 도움이 되는 길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요즘 마음에 두고 있는 감독과 배우는 누구일까. 그는 나홍진 감독과 배우 최민식을 꼽았다.
“영화 ‘황해’를 정말 재밌게 봤어요. 과장해서 20번 정도는 본 것 같아요. 그 집요함이 정말 마음에 들었죠. 나홍진 감독과 인연이 된다면 어떤 장르든 꼭 한번 호흡 맞춰 보고 싶어요. 함께하고 싶은 배우는 최민식 형이죠. 함께 작업할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가 서로 잘 맞아야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거니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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