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초등학교는 김봉순(87) 할머니가 원폭 피해 보상금과 틈틈이 모은 3000만원을 모교인 성서초등학교에 기부했다고 31일 밝혔다.
김 할머니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도 보상금과 패물 등을 팔아 모은 돈(3600만원)으로 책과 냉·온수기 등을 기부했다. 김 할머니는 올해도 기부금으로 학생들에게 대형 TV, 컴퓨터, 모니터를 사주라고 부탁했다.
이처럼 김 할머니가 기부하는 이유는 못 배운 서러움을 후배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14세 때 성서초등학교 3학년에 입학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5개월 만에 그만뒀다. 17세에 결혼해 남편 직장이 있는 일본 히로시마로 건너갔다가 2년 만인 1945년 8월 원폭 피해를 입었다. 광복 후 대구로 돌아온 김 할머니는 원폭 후유증으로 고생하며 50여년 넘는 세월을 홀로 힘들게 지내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달 나오는 원폭 피해보상금 9만5000원과 노인수당 등을 모아 학생들을 위한 기부에 나섰다.
김봉순 할머니는 학생들에게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착한 학생들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