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의 권력 핵심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누이인 김설송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간지 시사인은 최신호 머릿기사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본처인 김영숙 사이에 태어난 김설송이 “핵실험을 전후한 현재의 북한 대내외 움직임을 막후에서 집행하는 인물이자 (고모인) 김경희를 대신해 김정일 위원장의 유언 집행자로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막강한 권한을 남겨준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김정은 제1위원장 역시 김설송을 어머니처럼 따르고 있다”고 해외의 북한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김설송은 누구인가
1974년12월30일생으로 알려진 김설송은 북한의 이른바 ‘백두산 가계도’로 따지면 최고권력자 김정은보다 적통이다. 설송의 모친은 김정일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있을 때 사무실의 타이피스트로 있다가 1973년 김일성 주석의 소개로 김정일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숙의 부친이 일제시대 빨치산 전투시절부터 김일성 주석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눈 덮인 소나무’를 뜻하는 설송(雪松)이라는 이름도 김일성이 직접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녀는 키가 165센티미터에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과를 나온 재원이며 그녀의 스승은 황장엽의 부인인 박순옥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시절에는 허리춤까지 머리를 길렀으나 권력수업을 받으면서부터 북한 여성의 전형적인 헤어스타일인 곱슬머리로 바뀌었다.
시사인은 김설송이 대학 졸업 직후인 1990년대 말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위 업무와 일정관리 등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심시어 김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를 점검하는 일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2006년 당시 러시아의 일간 코머센트는 김설송이 북한 인민군 내에서 중령에 해당하는 계급을 갖고 있으며 “김정일의 개인비서 겸 안전을 위한 최종적인 점검이라는 특수임무를 맡는 등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설송은 2002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했고, 2005년에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해 프랑스를 방문한 사실도 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정씨로만 알려졌는데, 북한의 가장 큰 돈줄인 군의 제2경제위원회를 맡아 군심을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정성장 박사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스무살을 갓 넘긴 그녀의 아들이 최근에 결혼했다”며 “가계 정리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설송이 김정일 유언 집행자”
김설송의 지위와 관련해 탈북자 출신의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자신의 저서 ‘김정일의 유서와 김정은의 미래’에서 “김설송이 김정일의 유언을 받아 적었고 이를 김영희가 정리했다”며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망을 최초 확인한 인물도 김설송”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묘향산 별장에서 낮잠을 잔다며 방에 들어간 김일성을 아무도 깨울 수 없어서 가장 사랑받는 손녀딸인 김설송에게 들어가서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이미 죽어있었더라고 했고, 김정일은 외부적으로 공인된 2011년 12월 17일 오전 8시반이 아니라 그 전날 저녁에 평양 중구역쪽에 있는 설송의 집에 가서 와인 한잔을 마시고 그 집 전용 방에서 잠들었는데 8시쯤 심근경색증이 재발하여 설송과 그 아들이 달려갔으나 최종적으로는 밤 11시경 관저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7년까지도 다른 아들들보다 김설송을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해 왔으나 남쪽에서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늦춰지면서 김설송의 후계자 지명도 어려워졌다고 시사인은 보도했다. 2011년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시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는 김설송을 북한 권력의 한 축으로 지목하고 “장성택 김정남과 함께 권력 다툼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컴퓨터 관련 분야를 김설송이 장악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시사인은 1990년대부터 그녀를 주목해왔다는 한 전문가의 견해를 빌려 김설송이 컴퓨터 분야를 매킨토시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배워왔고 그 과정이 북한의 정보기술 분야 발전과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시사인에 따르면, 김설송은 현재도 정보기술 분야의 전문성과 군의 핵심부를 통제하는 남편의 힘으로 북한의 의사결정 중추를 장악하고 있으며 김경희도 그녀와 함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권력을 견제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올해 초 김영희의 건강이상설이 알려졌을 때 김설송이 김영희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데일리안의 분석과도 일맥상통한다. 데일리안은 당시 북한에 ‘설송무역회사’가 설립돼 있고 이 회사의 직원들이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 1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미국이 김설송을 북한의 핵심 실세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시사인은 분석했다.
이같은 견해를 최근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점과 연결지으면, 김설송이 구축한 북한의 컴퓨터 기술진이 북한군의 사이버공격부대의 중추가 되었고 미국 중앙정보부(CIA)와도 견줄만하다는 이 부대의 공격 작전 또한 김설송의 영향력 아래 진행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시사인은 북한의 과감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전쟁 위협 역시 아직 미숙한 김정은이 주도했다기보다 김설송이 배후에서 노련하게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 회장의 방북에 이은 데니스 로드먼의 북한 방문, 또 미국이 북한에 다가서는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이 반대급부로 평양을 오가는 항공편을 늘리기로 한 것 등 북한의 대외 정책과 전략을 주무르는 이도 김설송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얘기” 반론도
이같은 보도에 대해 김일성 가계 전문가인 정성장 박사는 “시사인 보도는 상상력이 풍부한 기사”라며 “김설송이 장성택보다 더 힘이 있다고 보는 것은 말이 안되고, 그녀가 컴퓨터에 능통하다는 얘기도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김정희의 건강이 불안한 상태여서 김설송이 그 업무를 보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김정은이 장녀인 설송을 총애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면서도 “지난해까지 북한에서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이 장성택이며, 올해 들어 장성택의 활동이 줄어든 것은 김정은이 이제는 그의 도움 없이도 통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김정은 중심 통치 체제는 확고하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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