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리뷰] 그녀는 물건이 아닙니다…영화 ‘노리개’

[쿠키 리뷰] 그녀는 물건이 아닙니다…영화 ‘노리개’

기사승인 2013-04-13 12:59:01


[쿠키 영화] 그간 침묵해오던 연예계 성상납 문제가 영화 ‘노리개’를 통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09년 고(故) 장자연 사건으로 연예계 이면의 추악함이 폭로됐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이 직간접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연기자의 45.3%가 술 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고, 60.2%는 성 접대 제의를 받았다고 답했다.

‘노리개’는 ‘도가니’ ‘돈크라이 마미’ 등에 이어 영화의 사회고발적기능에 충실한 작품이다. ‘꼭 한번은 만들어져야 할 영화’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지만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회 유명인사들과 관련한 연예계 비리를 고발하다 보니 투자, 제작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제작사 관계자들이 직접 투자 비용을 모았고 배우들은 대부분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영화 홍보비용은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취해 국민들의 힘을 빌렸다.

이 작품은 연예인 지망생과 신인 여배우들이 성 상품으로 이용되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법정 드라마 형식을 취해 꼬집는다. 영화 도입 부분에 ‘장소와 인물, 사건은 모두 허구’라고 밝히고 있지만 한 무명 여배우의 자살과 그녀에게 성 상납을 강요했던 소속사 대표, 가깝게 지냈던 매니저, 유명인사들의 등장 등은 여러모로 고 장자연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성상납, 연예계의 은밀한 뒷거래 등 자극적인 소재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실제 영화는 보는 내내 답답한 현실에 가슴을 치게 한다. 술집에서 시중 들어야 했던 한 여배우의 모습과 학대적인 성 접대 상황 등은 처참하기 끝이 없고,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이를 악물고 버텨내는 모습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또 그녀를 벼랑 끝에 내몬 신문사 대표 ‘현 회장’이 시종일관 보이는 위선적인 태도, 특히 ‘그래봐야 계집 하나 아닌가’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모습은 보는 이를 더욱 분노케 한다.

하지만 그녀와 얽혀있는 상황, 인물들이 촘촘하게 얽혀있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이장호 기자(마동석)를 조금 더 치열하게 혹은 사건의 중요한 키를 쥔 인물로 표현했으면 더 좋았을 법하다. 또 변호사와 검사의 관계, 특히 거대 권력집단에 맞서 싸우는 여 검사의 뒤늦게 밝혀지는 비밀은 극에 힘을 불어넣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빼놓는 모양새다.

고 장자연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만큼 과거의 사건을 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새롭게 표현했으면 더 흥미로웠을 텐데,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의 표면만 다룬 느낌이다.

최승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민지현이 희생된 여배우 정지희를, 마동석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열혈 기자 이장호로 분한다. 청소년 관람불가로 오는 18일에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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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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