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 관악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던 A씨(54)는 지난해 4월 어느 날 슈퍼 앞을 지나가던 B군(8)의 성기를 만진 혐의로 재판을 받게됐다.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이라는 죄명이 붙었다.
법정에 선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슈퍼 앞 플라스틱 우유 상자 위에 앉아 파를 다듬고 있었는데, 작업 도중에 일어서는 과정에서 B군의 성기에 팔꿈치나 손 등이 부딪쳤을 수도 있다”면서도 “고의로 만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B군도 만만치 않았다. B군은 경찰조사 당시 “분명히 A씨가 자신의 성기를 손으로 만졌다”며 슈퍼 앞에 가게 된 경위와 추행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B군의 진술 이외의 직접증거는 없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군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반면, A씨 진술은 경찰과 검찰 조사단계에서 달라져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A씨는 항소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주현)는 B군 진술의 신빙성을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사건이 B군 진술이 확실한 지 살펴보기 위해 현장검증까지 나섰다. A씨는 그 때와 같은 상황을 재연했다. 플라스틱 상자 위에 앉아 파를 다듬던 A씨 손의 높이는 52㎝였고, 일어선 상태에서는 약 90㎝였다. B군의 성기 부분은 지면에서 약 70~75㎝ 높이에 있었다.
재판부는 “현장검증 결과 A씨가 B군이 슈퍼 앞을 지날 때 일어서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팔꿈치나 손 등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해자의 성기에 닿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추행사실에 대한 피해자 진술은 일관적이지만 장면 묘사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며 “이 차이도 신빙성 판단에 중요한 참작 요소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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