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진단] 배낭 멘 스타들…요즘 예능, 왜 여행을 떠날까

[방송 진단] 배낭 멘 스타들…요즘 예능, 왜 여행을 떠날까

기사승인 2013-04-27 13:10:01

[쿠키 연예] 배낭을 메고서 걷는다. 기차를 타거나 등산을 하기도 한다. 스튜디오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과는 다르다. 좀 더 솔직해지고 좀 더 과감해진다. 어차피 이건 ‘여행’이니까.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물들고 있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와 ‘땡큐’, MBC ‘아빠! 어디가’를 비롯 강호동이 새로 선보이는 SBS ‘맨발의 친구들’ 그리고 ‘1박 2일’의 인기를 견인했던 나영석 PD의 CJ E&M 첫 작품 또한 여행을 그린다.

몇 년 간 폭로와 비방으로 얼룩지며 불명예를 짊어졌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자체 정화를 시도하는 분위기가 일면서 자극적인 이슈보다는 소소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참여를 유도하며 대중과의 소통을 앞세웠다. 서로 친분이 있거나 연관이 있는 스타들을 다수 초대해 신변잡기식 토크를 나누는 것과는 차별화 된다.

‘땡큐’는 여행의 의미가 가장 큰 프로그램이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다양한 분야의 출연자들이 하나의 길에서 만나 서로의 인생을 나누는 따뜻한 여행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인물들이 이질적인 조합을 이뤄, 여행을 통해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땡큐’의 매력이다.

게스트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자극적이고 화제를 일으킬 만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땡큐’는 그러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다. ‘이야기해줘서 땡큐, 추억이 남아 땡큐, 찍어줘서 땡큐, 함께해줘서 땡큐’의 모토를 내세운 만큼 착한 예능 프로그램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연예인뿐 아니라 운동선수, 종교인, 작가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첫 만남을 가지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등 서로의 인생에 한 발짝 다가가는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다. 서로의 지나온 인생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깊은 교감을 나누고, 분야와 성별을 뛰어넘어 한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MBC ‘아빠! 어디가?’는 배우 성동일과 이종혁, MC 김성주, 전 축구선수 송종국, 가수 윤민수 등이 자녀와 함께 국내 여행을 하는 모습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다. 여행에서 겪는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다양한 심리 변화, 행동, 에피소드들을 리얼하고 유쾌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증명하듯 출연자들은 각종 CF를 접수하는 등 무수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 특히 윤민수와 윤후 부자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농심 광고모델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었다.

‘아빠! 어디가?’는 KBS ‘1박2일’의 여행 콘셉트에, 연예인 자녀와 함께하는 SBS ‘붕어빵’을 적절히 접목시킨 아이템으로 초반 그리 신선하다는 평을 받지는 못했으나 다섯 아이들의 개성 넘치는 매력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10% 중반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새 SBS 예능프로그램의 ‘맨발의 친구들’은 가수 윤종신, 김범수, 김현중, 은혁, 유이, 배우 윤시윤, 개그맨 유세윤이 출연하는 ‘야생’ 배낭여행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현지에서 똑같은 생활 체험에 나선다.

재미있는 점은, 출연자들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전혀 모른다는 설정이다. 21일 첫 방송에서는 ‘레드샌드’라는 사막 한 가운데로 오게 되고, 자신들이 드넓은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황당한 표정을 숨기기 못한 출연진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여행보다는 고행에 가깝지만 이들이 현지에서 좌충우돌하며 적응해가고, 미처 몰랐던 낯선 땅의 발견과 새로운 매력을 만나게 되는 것이 ‘맨발의 친구들’의 큰 줄기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힐링캠프’는 최근 전망 좋은 야외 장소에서 토크를 나누는 형식으로 자리 잡긴 했지만, 초반기에는 게스트와 함께 그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찾아가는 콘셉트였다. 게스트를 초대해 세족식과 맨발 걷기, 심리 상담과 좋아하는 요리 만들기 등 힐링 이벤트를 체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모닥불을 피우고 인생의 중요한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꾸미지 않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기쁨과 에너지를 전달하는 토크쇼로 호평을 얻고 있다. 가령 2011년 출연했던 박칼린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부산을 찾아 함께 초등학교를 방문하며 유년기의 발자취를 찾는 등 토크쇼의 새 분위기 전환을 가장 먼저 시도한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CJ E&M로 이적한 나영석 PD의 첫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여행’이다. 원로배우 이순재와 신구, 백일섭이 함께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형식이다. 섭외에 오래 공을 들인 끝에 최근 출연이 확정됐고, 오는 6월 첫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나 PD는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을 연출하며 제2의 멤버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1박2일’은 알려지지 않은 국내 여행지로 떠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촬영지마다 인기를 끌며 관광객들의 문의와 방문이 이어지는 등 국민적 사랑을 받아 왔다.

새 프로그램은 절친 사이인 이순재, 신구, 백일섭이 함께 여행하며 인생 및 연기에 대한 소회를 나누고, 낯선 해외에서 직접 부딪히며 여행하는 모습 등이 그려질 전망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세 배우가 길을 찾아가며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모습을 전달할 예정이다.

여행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또한 이 프로그램의 묘미다. 앞서 ‘1박2일’에서 국내여행의 바람을 일으켰듯,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해외의 여행지 또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케이블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원로배우들을 내세운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게스트들의 폭로전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고 실명 공개에 가까운 발언으로 타 연예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의 우려도 낳은 바 있다. 자극적인 이야기만이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공식은 아직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이야기와 소통에 초점이 맞춰지며 톱스타들의 진솔한 모습과 일반 시민들의 애환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나영석 PD는 여행 콘셉트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친구들이 함께하고, 추억을 나눈다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설정이다. 여행 그 이상의 아이템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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