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진단] 찌질한데 왜 끌릴까…신하균·오지호·최원영 매력 분석

[방송 진단] 찌질한데 왜 끌릴까…신하균·오지호·최원영 매력 분석

기사승인 2013-05-04 13:20:01


[쿠키 연예] 브라운관의 동화 속 왕자님은 온데간데없다. 조르고 윽박지르다 비굴해지는 것도 서슴지 않는 ‘찌질남’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끌린다. 눈살 찌푸리며 손가락질을 하다 어느새 중독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지리도 못났다’ 혹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어이없고 못난 행동을 한다’는 의미의 ‘찌질함’이 드라마를 물들이고 있다. ‘재벌 2세’나 ‘대기업 실장님’이 실종된 자리에 ‘찌질남’들이 드라마 속을 활보하고 있는 것.

누리꾼들은 여성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남자를 뜻하는 ‘옴므파탈’ 대신 ‘찌질파탈’로 부를 정도다. MBC ‘백년의 유산’의 최원영과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신하균, KBS ‘직장의 신’의 오지호가 그 주인공이다.

‘직장의 신’의 오지호는 막강한 스펙을 지닌 정규직 영업사원이지만 미스김(김혜수) 앞에만 서면 한없이 찌질해지는 장규직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치고 있다. 임신한 계약직 직원을 해고시키겠다고 반 협박하는 ‘공공의 적’이지만, 또한 직장 상사에게는 비굴하리만치 아부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능력 있는 계약직 사원 미스김(김혜수)와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때때로 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엉뚱한 매력이 돋보이는 밉상 캐릭터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속 깊은 면모가 속속 드러나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코믹한 모습 외에 진지한 매력까지 보태며 진지와 코믹을 오가는 오지호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파마머리의 강렬한 외모와 미스김으로 인해 코피에 삭발의 위험까지 안게 됐던 모습은 웃음을 지나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직장인으로서의 고군분투가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하균은 특유의 매력을 드라마를 통해 다시 선보이고 있다. 해맑지만 때론 날카롭고, 계산적이지만 늘 예상치 못한 일에 허우적거리는 독특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8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브레인’으로 지난 2011년 연기대상이라는 기쁨을 맛보며 ‘하균앓이’와 ‘하균신’이라는 신조어를 양산했던 신하균은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전직 판사 출신의 대한국당 초선의원 김수영 역할로 맹활약 중이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더불어 엉뚱하고 매력적인 로맨틱 이미지까지 연출해, 입체적인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도도하고 직설적인 김수영은 직설적이고 냉랭한 언변 덕에 다양한 욕을 얻어먹고, 찌질함과 코믹함의 이중 매력으로 드라마의 중심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중 앞에서는 화통하고 쿨한 호감형 국회의원이지만, 속으로는 꽁하고 소심한 성격의 찌질남 김수영은 특히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녹색정의당의 노민영(이민정)를 좋아하면서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다. 노민영을 짝사랑하는 김수영은 그 앞에선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을 청하는 등 순한 양처럼 변해 로맨틱한 매력을 뿌리고, 노민영 의원의 보좌관인 송준하 변호사(박희순) 앞에선 못 잡아먹어 안달 난듯 으르렁거리며 찌질남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최원영은 지난 2007년 ‘겨울새’의 윤상현의 계보를 잇는 ‘마마보이’로 분해 열연 중이다. 박원숙의 아들 김철규 역을 맡은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찌질과 집착, 아집으로 똘똘 뭉쳐있는 마마보이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무작정 찌질한 것도 아니다. 사랑에 진솔하고 저돌적인 표현을 아끼지 않으며 때때로 속 깊은 마음까지 드러내는 반전도 있어 더욱 흥미진진하다. 이혼한 전 부인 민채원(유진)의 마음을 얻지 못하자 수면제를 들고 가출을 하는 소동을 벌이고, 마홍주(심이영)과 이혼하기 위해 간통죄로 감옥에 넣어달라고 갖은 떼를 쓰기까지 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찌질함을 선사하고 있다.

그동안 진지하고 무거운 캐릭터만 소화해온 최원영은 데뷔 후 가장 파격적인 변신이다. 이에 따라 대중적인 인지도와 호감도도 급상승했다는 평이다. 최원영의 연기변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SBS 주말드라마 ‘원더풀 마마’에서 꼬질꼬질한 꽃거지 노숙자의 모습으로 특별출연해 더 큰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최원영은 ‘원더풀 마마’ 8회에서 까맣게 분장한 얼굴과 치아, 산발머리에 누더기 의상을 입고 천하 태평스러운 꼬질한 노숙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찌질남’들은 손가락질을 받다가도 어느새 보호 본능을 일으키고, 오히려 호감도를 상승시키며 시청자들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드라마에 존재해왔던 악역이 없어도, 엉뚱하고 솔직한 찌질한 캐릭터는 극의 갈등을 일으키는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는 평이다. 최원영의 소속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욕만 먹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느새 시청자분들이 ‘귀엽다’고 하시더라”며 “때론 얄밉지만 엉뚱하고 순수한 면모를 잘 표현한 최원영의 연기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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