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2001년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에 함께 다니며 친해진 A씨(37·여)와 B씨(36)씨는 2006년부터 한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 둘은 워낙 친했고, A씨의 동생도 함께 살기로 했기 때문에 한 집에 산다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취업준비를 하던 두 사람은 집세 등 생활비도 아낄 수 있었다. 둘은 수차례 이사를 거치면서도 같은 거주지에 주민등록을 두고 함께 생활했다.
동거 3년 만에 B씨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수습사원으로 한 회사에 취직하게 된 B씨는 연수 과정에서 회사 임원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질문을 받았다. 함께 사는 A씨와 어떤 관계냐는 질문이었다. B씨는 단순한 친구 관계일 뿐이라고 했지만, 이 임원은 ‘공인회계사로서의 품위와 명예’를 거론하며 정식 입사일까지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힘들게 얻은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B씨는 A씨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부탁했다. A씨도 자신 때문에 친구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고, 2009년 10월 B씨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취직 때문에 가짜 결혼을 한 것이다.
A씨는 뒤늦게 혼인이라는 중대사를 섣불리 결정했다는 후회를 했고, 이듬해 9월부터 B씨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이야기했다. 이미 B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였다. 다시 1년이 지난 2011년 10월에서야 A씨는 B씨를 상대로 혼인의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비록 친한 친구 사이였다고 하나 정신적·육체적 결합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없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둘의 혼인을 진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손왕석)는 “A씨와 B씨는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며 “둘의 혼인은 무효”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취업을 도우려는 방편으로 혼인 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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