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에 핵심 정책으로 포함된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비정규직화 확산과 근로조건 악화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29일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비정규직만 양산하고 전반적인 근로조건의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그런 (시간제) 일자리가 굉장히 많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적극 추진 의사를 밝힌데 대한 반발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에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여성 비경제활동 인구를 노동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책·민간 연구기관 모두 기존의 실업 대책으로는 달성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대기업·정규직 위주로 짜여진 현재의 고용 시장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는 고용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결혼·출산·육아의 부담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들이 가정을 보살피는 동시에 직장 생활도 할 수 있도록 단시간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국정대처 능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시간제 일자리는 차별 없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즉각 성명을 통해 “시간제 노동자는 일자리 축에도 못 끼는 나쁜 일자리의 대명사”라며 “사정이 이런데도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외국의 예를 들며 인식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각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진화에 나섰다. 방 장관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비정규직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풀타임 일자리를 지켜나가면서 수요를 감안해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킨다는 야당과 노동계의 우려와는 거리가 멀다는 해명이다.
방 장관은 최저임금과 사회보험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정비하면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시·일용직 위주의 저임금·단기간 근로로 인식되고 있는 기존의 시간제 일자리와는 다른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공공부문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방 장관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일단 공공 기관부터 적용할 계획이며 민간기업까지 확산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부적인 적용 대상과 규모는 다음달 4일 로드맵 발표 때 공개하기로 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