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탈북자 지원단체에 따르면 2008년 12월 라오스 수용시설에서 탈북 여성 김모(당시 27세)씨가 갑자기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강제 북송을 우려해 철창문을 두드리며 고함치다가 직원들에 의해 폭행당했으며 이후 사망했다고 이 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시 이들 단체는 “김씨가 장 파열로 사망했다”며 한국대사관에 경위 조사와 항의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고인 매장비와 치료비, 숙식비 등 일체 경비를 지불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며 라오스 측의 폭행을 부인했다. 지원단체는 라오스 수용시설에서 탈북자 2명이 강제 송환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제지당한 사례와 함께 우리 대사관이 항공료를 안 냈다는 이유로 탈북 어린이(당시 8세)를 40여일간 수용소에 감금되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라오스 정부는 탈북 청소년 북송과 관련, 한국인 선교사 부부가 이들을 인신매매했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그동안 탈북자를 암묵적으로 우리 측에 인계해 왔던 라오스가 다른 처리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이 지역 탈북 루트가 사실상 폐쇄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 외교부는 RFA에 보낸 이메일에서 “11명 중 9명은 14세에서 18세의 북한 국적자이며, 2명은 한국 국적자로 (탈북 청소년에 대한) 인신매매를 자행했다”면서 “북한 국적자 9명을 지난달 27일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에, 한국 국적자 2명은 한국대사관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청소년의 탈북과 중국·라오스 경유에 개입해 온 수전 솔티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인신매매 주장은 터무니없고 비열한 거짓말”이라며 “이들이 한국에 가고 싶어한 것은 라오스 당국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RFA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라오스 당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와 라오스는 당분간 껄끄러운 분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오스 당국은 이 문제가 국제적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크게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탈북자 강제 북송을 최대한 막기 위해 이달 중순 탈북 루트로 많이 사용되던 동남아국가들의 공관 담당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이번 회의에선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위한 공관 차원의 신속대응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특히 북한 ‘탈북자 체포조’의 활동 반경이 확대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6월 임시국회의 중점 법안으로 추진키로 했다.
남혁상 구성찬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