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30일 정계은퇴를 시사하면서까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의 진위를 가리자고 한 것은 이참에 새누리당의 정치 공세를 확실히 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란 분석이다. 적당히 넘어갈 경우 NLL 문제가 안보에 취약한 민주당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당 차원에서도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첫 장외투쟁으로 보조를 맞추며 총공세에 나섰다.
◇“NLL 포기 사실이면 정치 그만두겠다”=문 의원은 ‘새누리당에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 전 대통령이 북한의 주장대로 NLL과 북측 주장 해상경계선 사이의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하려했다면 NLL을 포기했다고 비난할 만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북측에 요구한 방안은 NLL을 손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NLL을 기선으로 해서 남북으로 등거리 또는 등면적의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하자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은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 회담 준비를 총괄 지휘했다. 그는 “회담 준비회의록과 자료, 회담 때 노 전 대통령의 발언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건넨 문건, 회담 후 노 전 대통령의 보고와 정상선언 이행계획, 후속 회담 준비회의록과 자료에 이런 구상이 일관되게 담겨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건넨 문건엔 NLL 기선의 등거리 또는 등면적의 공동어로구역을 표시한 지도도 첨부돼 있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아울러 회담 논의에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당시 국방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당시 합참의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당시 외교안보수석) 등 지금의 박근혜정부 인사가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NLL 포기 회담이었는지, 아닌지는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더 잘 알 테고, 그만큼 NLL 포기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의원의 핵심인사는 “NLL 포기 진위를 두고 여야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지 않느냐”며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NLL 포기라는 여당의 ‘왜곡’ 주장만 국민들에게 기억될 것이 뻔해 정치생명을 걸어서라도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전했다.
◇민주당 ‘국정원 공작정치 여론전’ 본격화=민주당은 오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 촉구 서울시당 당원 보고대회를 열어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날 장외집회를 시작으로 부산, 광주 등에서 순회 집회를 여는 한편 당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 운동본부’ 주축으로 대국민 여론전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새누리당과 국정원 간 ‘대선 커넥션 의혹’에 대한 추가 폭로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권영세 주중대사의 녹취파일 폭로 이후 입수경위에 대한 불법성 논란이 불거진 데다 한·중 정상회담 기간이어서 자제했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한 만큼 향후 새누리당의 공세 수위를 봐가며 결정할 방침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