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미스터 고’ 김용화 감독 “225억 미친짓? 관객에 대한 믿음있다”

[쿠키 人터뷰] ‘미스터 고’ 김용화 감독 “225억 미친짓? 관객에 대한 믿음있다”

기사승인 2013-07-18 17:05:01


[쿠키 영화] 이야기 재주꾼 김용화 감독이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영화 ‘미스터 고’로 관객을 찾는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을 200kg 거구로 만들고 ‘국가대표’에서 자체 제작한 와이어캠으로 하늘을 나는 스키점프를 담아낸 그가 이번에는 고릴라를 탄생시켰다.

국내최초 디지털 캐릭터로 완성된 고릴라 링링은 100%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 4년이 넘는 시간이 투자됐고, 총 제작비 225억원 중 링링의 몸값만 120억 원이 넘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고 워낙 거대 비용이 투입됐기에 영화계에서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노심초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된 순간 이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2시간 넘게 3D 영상이 펼쳐지지만 눈의 피로감이 거의 없고, 야구공이 날아오는 신 등 몇몇 장면에서는 움찔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3D 구현 기술을 선보였다. 가장 중요한 캐릭터 링링은 ‘실제 고릴라로 촬영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히 구현됐다.

4년간의 진통 끝에 야구하는 고릴라 이야기 ‘미스터 고’를 내놓은 김용화 감독을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는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고릴라 링링과 그의 15세 매니저 웨이웨이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성해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기둥줄거리.

링링과 그의 곁을 지키는 15세 소녀 웨이웨이(서교), 한국 에이전트대표 성충수(성동일)의 이야기는 김용화 감독의 손을 거쳐 웃음이 담긴 감동 스토리로 탄생했다.

김용화 감독은 특유의 장기인 코믹과 신파를 오고 가며 눈물을 자아내는 ‘넓은 스펙트럼’의 감정 변화를 줄였다. 대신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에 더욱 집중했다. 억지 감정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시나리오 구성 단계에서 ‘이 영화가 철철 울게 만드는 영화인가’를 생각해 봤어요. 그 답은 ‘전혀 아니다’라는 것이었죠. 이 영화는 오락영화이고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이에요. 물론 관객을 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인위적 설정을 통해 울리는 것은 관객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감동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고요. 링링에게 감정을 이입, 따라가다 보면 웨이웨이와의 관계 속에서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갈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김 감독 특유의 감동 코드가 약해져 아쉽다는 평을 내놓지만 한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호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대표’를 쓰레기 영화라고 하는 제 지인이 있어요(웃음). 대학교 동문으로 감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인데 제 영화를 늘 못마땅해해요. 관객을 힘들게 하고 감정을 쥐었다 놨다 한다며 늘 불평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훌륭했다고 칭찬을 하더라고요. 늘 냉혹했던 사람에게 그런 평가를 받으니 두 배로 기뻤어요.”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단연 기술력이다. 2시간 넘게 3D 영상이 펼쳐지지만 눈의 피로감이 거의 없고, 야구공이 날아오는 신 등 몇몇 장면에서는 움찔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3D 구현 기술을 선보였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모험이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고 거대 비용이 투자됐기에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웠다. 그러나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에 이어 김 감독은 또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전작들에서도 다들 안된다고 하는 것을 시도했고 좋은 성적을 얻었어요. 제가 이렇게 도전을 하는 것은 단순해요. 관객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죠. 물론 저도 사람이니까 안전한 길을 택하고 싶고 잘하는 것만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하지만 그건 망하는 지름길이에요. 그리고 과정은 힘들겠지만 그것을 해냈을 때 그 노력은 관객에게 분명히 전달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미스터 고’ 역시 영화를 보면 관객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없이 영화계의 새 역사를 만드는 김용화 감독. 그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라면 무엇이든지 좋아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할 것이고요. 공포영화만 빼면 장르도 상관없어요. 관객에게 무서움을 주는 건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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