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가 서류상 문제로 우리 정부의 차기전투기(F-X) 사업 최종 입찰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방위사업청은 18일 “지난 16일 최종 입찰에 참가해 총 사업비(8조3000억원) 한도 내 가격을 써냈던 2개 업체 중 1개 업체의 입찰 서류에서 하자가 발생했다”며 “해당 업체는 부적격 처리하고, 나머지 1개 업체만 적격으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단독 후보로 내달 중순 방추위에 상정되게 됐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 방추위에서 F-15SE를 최종 기종으로 선정하면 F-X 기종 선정 작업은 종료된다. 그러나 방추위에서 사업 방식 재검토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 늦추면 전력 공백…F-15SE ‘0순위’
8조3000억원이 투입돼 60대의 전투기를 구매하는 차기 전투기(F-X) 사업 최종 기종으로 보잉의 F-15SE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6일 실시된 마지막 가격입찰에서 정부가 책정한 사업비 범위 내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의 유로파이터가 사업비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탈락함에 따라 F-15SE가 다음달로 예정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단독 후보로 상정된다.
지난 1년6개월간 F-15SE와 유로파이터, 록히드마틴의 F-35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결국 가격 조건을 충족시킨 F-15SE가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종 기종 선정권을 가진 방추위가 단독 후보로 올라온 F-15SE에 대해 조건부 의결을 하거나 원안 부결을 할 수도 있어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방사청 관계자는 18일 “기존에 검토된 3개 기종 모두 군이 원하는 작전요구 성능을 충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원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공군의 심각한 전력공백 상황도 더 이상 F-X사업이 지연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현재 운용되는 노후 전투기 F-5E/F가 순차적으로 도태되고 있어 이번에 기종 선정이 되지 않고 다시 사업을 시작할 경우 차기 전투기 전력화가 적어도 6개월 이상 늦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최종 입찰에서 총사업비를 충족시키는 범위에서 입찰서를 낸 것으로 알려진 유로파이터의 EADS도 결국은 사업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조건을 임의로 조정했다가 탈락하게 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리는 복좌기(조종석 2개) 15대가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EADS는 6대만 가능하다고 했고, 미사일 등 각종 무장도 협상해 왔던 것과 달리 대폭 줄여 제시했다”고 말했다. EADS 측은 “방사청 요구대로 하면 사업비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복좌기는 단좌기에 비해 가격이 비싸 예산 범위에 맞추기 위해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유력 후보 기종이었던 F-35 역시 가격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탈락한 바 있다.
반면 F-15SE의 제작사인 미국 보잉은 방사청과 협의한 사안을 충족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F-15K에 첨단 레이더를 장착하고 동체 전면에 스텔스 도료를 칠하고 내부 무장창을 달아 스텔스성을 가미했다. 하지만 F-15SE도 당초 수정키로 했던 꼬리날개 부분을 그대로 두고, 적 레이더에 탐지되는 비율을 낮추기 위해 공기흡입구에 설치하는 레이더 블로커를 반영하지 않는 등 최대한 ‘가격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F-15SE가 사실상 레이더만 신형으로 바꾼 F-15K의 성능개량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