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회는 이날 고교 교과서에 대한 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심사에 오른 8종 모두에 대해 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들 교과서 중 특히 교학사가 출간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논란의 대상이다. 이 교과서의 필자는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 4명의 고교 교사다. 이 중 권 교수와 이 교수는 진보진영에서 뉴라이트 계열 단체로 분류하는 한국현대사학회에서 각각 회장을 맡았거나 맡고 있는 인물이다.
진보진영에서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내년 3월 일선 고교의 교과서 채택을 앞두고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교과서의 내용은
‘제주 4·3사건’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기술에서 보수층의 시각을 대변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산업화의 아버지’ 등으로 긍정적으로 묘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한 교사는 이날 “국사편찬위원회의 교학사 교과서 수정 보완 대조표를 열람해 본 결과 분단과정에서의 소련의 역할이나 ‘5·16’ 관련 저술 등 문제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역사 교사 역시 “아직 교과서 내용을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역사학계에서 저자들이 밟아온 행보를 돌이켜봤을 때 심히 걱정된다”며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시점에서 교육부가 어떤 생각으로 특정 성향 사관 중심의 교과서를 통과시켰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월 인사청문회 당시 ‘5·16’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교과서에 기술된 것을 존중한다”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 직답을 못 드리는 이유를 이해해 달라”고 어정쩡한 답변을 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할 의무가 있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