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채동욱 사퇴 후폭풍…긴박했던 1주일 무슨일 있었나

[단독] 채동욱 사퇴 후폭풍…긴박했던 1주일 무슨일 있었나

기사승인 2013-09-15 18:04:01
[쿠키 사회] 채동욱 검찰총장은 지난주 중반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듭된 ‘감찰 수용’ 설득에 “감찰이 들어온다면 임명권자의 뜻으로 알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대검 고위 간부들에 따르면 채 총장은 조선일보의 의혹제기 이틀 만인 8일 황 장관을 만났다. 황 장관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 황 장관은 그 자리에서 ‘이른 시일 내 사실관계를 밝히든가, 사퇴하든가 해서 사태가 종결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채 총장은 그 자리에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후 “개인정보를 전부 수집해서 이런 식으로 나오는 법이 어딨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의혹제기가 자신을 밀어내기 위한 ‘공작정치’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면서 불법사찰 문제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채 총장은 같은 날 만난 청와대 홍 민정수석에게도 같은 뜻을 전했다고 한다.

검찰 간부는 “의혹제기 첫 날 채 총장의 반응은 ‘저의를 파악 중이다’였다”며 “이는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배후세력을 의심한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황 장관과 국민수 법무부 차관은 지난 주중 몇 차례 ‘감찰을 받아야 한다’는 뜻을 채 총장에게 전했다고 한다. 검찰 간부는 “채 총장은 감찰 발표 이전부터 ‘법무부에서 감찰을 받으라고 전화가 온다’는 말을 검찰 간부들에게 했다”며 “채 총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했는데, 그럼에도 감찰이 들어온다면 이것은 임명권자의 뜻으로 알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결국 법무부는 채 총장이 사퇴할 것을 예상하고 감찰을 발표했다는 얘기가 된다.

채 총장은 감찰 카드를 거부한 뒤 강공으로 맞섰다. 9일에는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유전자 검사를 받을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 내연녀로 지목된 A씨가 일부 언론사에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 채 총장은 12일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채 총장이 감찰 압박을 계속 거부하자 법무부는 13일 ‘진상규명’ 입장을 발표했고, 1시간 뒤 채 총장은 사퇴했다. 한 대검 간부는 “채 총장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고, 불법사찰 문제를 제기하자 법무부가 서둘러 감찰을 지시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압력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법무부는 14일 “법무부 장관과 차관은 검찰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법무부는 황 장관과 국 차관이 채 총장과 만나거나 전화한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최초 언론 보도 후 논란이 커지자 먼저 검찰로 하여금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으로 신속히 자체적으로 진상을 규명하도록 권유했으나 검찰에서는 현재 상황으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검찰에 객관적 진상규명을 권유했으나 검찰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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