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이 세상에 나온 지 400년을 맞은 올해 활자 중심의 동의보감이 아닌 약초·약재 사진으로 동의보감을 만든 부자(父子)가 있다.
대구·경북한약협회 회장인 아버지 신전휘(72)씨와 경남과기대 농학·한약자원학부 교수인 아들 신용욱(40)씨는 동의보감 탕액편에 수록된 식물 443종과 약재 743종을 3000장의 사진으로 찍어 설명을 붙인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을 지난달 중순에 출간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책에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약재의 사진은 물론 현대 한의학에서 확인된 각 약재의 효능과 한약 제조방법, 다른 의학서적과의 명칭비교, 영문 학명까지 자세히 적혀 있다.
이 부자의 도전은 1990년부터 시작됐다. 제주도, 울릉도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약초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국내에서 발견 안돼는 약재는 중국, 동남아시아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찾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중국 상인들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희귀 약초의 사진을 얻기 위해 500만원을 쓰기도 했다.
약초를 찾는 것 이상으로 400~500여년의 세월을 메우는 일은 어려웠다. 과거 한자로 된 약재 이름과 오늘날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약재 이름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온갖 문헌을 뒤졌다.
신전휘씨는 “책을 두 권 만드는데 강남 아파트 1채 값은 들었을 것”이라며 “전혀 이윤이 남지 않는 책을 아들과 함께 만든 것은 동의보감이 현재에도 적용되는 훌륭한 의학서적임을 증명하기 위한 역사적 소명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6년 8월 계절에 따른 약초의 모습과 가공된 약재 사진 등 모두 1800여 장이 수록된 ‘향약집성방의 향약본초’를 먼저 완성했다. 이후 추가 조사와 연구를 거듭해 지난달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까지 출간했다. 부자는 전문서적이라 맡아줄 출판사가 없어서 아예 출판사(도서출판 백초)를 차렸다.
신전휘씨는 “세종, 성종, 선조 등 역대 임금들은 우리나라 약초를 어떤 백성들이라도 알 수 있게 하라며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등을 만들게 했지만 지금까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다”며 “하지만 사진으로 만든 동의보감은 역대 임금들의 어명을 완수한 최초의 책이다”라고 말했다.
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