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후반전 시작과 함께 상황은 달라졌다.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골 결정력이 되살아났다. 측면 미드필더 손흥민(21·레버쿠젠)은 후반 20초 만에 역전골을 넣었고 셰도 스트라이커 김보경(24·카디프시티)은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지 3분 만인 후반 11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벼락같은 분위기 반전이었다. 전반전을 마치고 다소 굳은 얼굴로 그라운드 밖으로 나간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모두 이청용(25·볼튼 원더러스)이 만든 작품이었다. 이청용은 15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말리와의 대표팀 친선경기에서 후반전에만 두 골을 어시스트하며 우리 대표팀의 3대 1 완승을 이끌었다.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린 이청용의 ‘킬패스’ 두 방은 대표팀의 골 결정력 부족을 해결할 한 가지 답안이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상대 진영으로 밀고 올라간 우리 대표팀의 첫 번째 공격에서 이청용은 구자철과 일대일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이때 생긴 골문 앞 빈 공간으로 공을 띄웠다. 공은 수비진을 뚫고 쇄도한 손흥민에게 정확히 연결됐고 역전골로 이어졌다.
후반 11분에는 상대 오른쪽 진영에서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돌파한 뒤 상대 수비수의 다리 사이로 공을 밀어 넣어 김보경에게 내줬다. 이청용이 수비수와 함께 넘어지면서 공간을 확보한 김보경은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두 골 모두 이청용의 정확한 패스 없이는 불가능했다.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청용은 “공격수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면서 페널티지역 안쪽까지 파고드는 게 오늘 내 역할이었다”며 “(공격수에게 공을 넘기는) 마지막 순간에 더 세밀하게 패스하라는 (홍 감독의) 당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전승이란 (동료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일 때 가능한 것이다. 그걸 해낸 게 오늘 경기의 가장 큰 수확이다. 대표팀 선수들이 점차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어리다. 많은 응원으로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한 뒤 믹스트존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대표팀 버스에 올라탔다.
천안=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