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33년 동안 인문학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에게 철학을 통해 자기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계명대학교 목요철학인문포럼 600회 특별 강연을 하루 앞둔 30일 목요철학인문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계명대 목요철학원 백승균(77) 원장은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목요철학인문포럼 창립자 중 한명인 백 원장은 “처음 철학과 동료 교수들과 철학 강연회를 만들었을 때 1인당 한 학기에 3~4번 강의와 토론을 했다”며 “나는 초창기 때 30~40회 정도 강연을 한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목요철학인문포럼은 1980년 10월 8일 계명대 철학과에서 교수 3명이 ‘목요철학세미나’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다. 교수들의 일방적 강의와 학생들의 집단적 청강이 중심이었던 당시 대학 분위기에서 토론 중심의 강연은 신선했다.
백 원장은 “1시간 강의 1시간 토론 전통은 이때부터 만들어 진 것인데 당시에만 해도 1시간을 토론한 다는 것은 굉장한 도전이었다”며 “이 때문인지 초창기 때는 토론에 참여하려는 학생 수백명이 들어왔을 정도로 인기였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강사도 초빙할 수 있었다. 국내 학자로는 박이문, 윤사순, 장회익, 김형효, 김지하 등이, 해외유명 석학으로는 위르겐 하버마스, 비토리오 회슬레, 슬라보예 지젝, 페터 슬로터다이크 등이 수많은 석학들이 목요철학을 빛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목요철학세미나는 다시 한번 변신을 시도했다. 목요철학인문포럼이란 이름으로 바꾸고 대학이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벗어나 사회라는 열린 광장으로 나왔다. 2001년 정년퇴직한 백 원장은 2010년 계명대학교에서 만든 목요철학원을 맡으면서 다시 철학 대중화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목요철학인문포럼에는 절대적인 원칙이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학문적인 토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초창기 때 젊은 학생들이 많다보니 혈기에 시대의 울분을 표출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철저하게 학문 중심의 강연과 토론을 지향했고 이것이 목요철학인문포럼이 국내외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오래 지속된 이유”라고 말했다.
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