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사이에 기념 화폐 발행을 두고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6월 조직위가 한은에 기념주화와 기념지폐 발행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한은에선 기념지폐 발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념화폐는 국가적 행사나 역사적 사건 등을 기념하거나 공적을 기리고 홍보하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다. 기념주화는 광복 50주년, 88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등에 맞춰 40여 차례 발행됐지만 지폐가 발행된 적은 없다.
조직위는 부족한 예산을 기념화폐 발행을 통해 충당하려 한다. 최초의 기념화폐인 만큼 더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해 2월 대회지원법도 개정해 기념화폐 발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조직위 서장수 기념사업팀장은 4일 “한은이 화폐 통용상의 문제와 발행 준비기간 등의 이유로 발행을 꺼리고 있다”며 “기념지폐 발행이 처음인 만큼 최초 타이틀을 붙이기에 아시안게임의 격이 떨어진다고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념지폐 발행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부정적 견해를 표했다. 한은은 기념지폐가 유통될 경우 일반화폐와 섞여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프리미엄부로 발행됐다 하더라도 발행량이 많아지면 일반 거래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념지폐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사용할 때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 번 기념지폐가 발행되면 발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기념지폐를 유통시키는 데 ATM 업데이트 등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