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인사 대체 어떻게 했길래… “전문성 보다 자기 사람 중시”

원세훈 인사 대체 어떻게 했길래… “전문성 보다 자기 사람 중시”

기사승인 2013-11-05 04:58:02
[쿠키 정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문성보다는 사적 인연에 따른 인사 전횡이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이 2009년 2월 취임 직후 상당수 고위 간부들은 스스로 옷을 벗었다. 이들은 자신과 무관한 비위 혐의를 추궁당하고 한직으로 발령받아 사표를 냈다는 후문이다. 당시 국정원 내에는 70여명이나 되는 살생부가 작성됐다는 소문도 나돌았다고 한다.

원 전 원장은 고위급 간부뿐 아니라 중하위급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도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국정원은 2009년 4~5월 해외 파견 직원 50여명을 일시에 귀국시켰고, 원 전 원장은 이 자리에 자신과 친분이 있는 직원들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원 전 원장은 고위 간부뿐 아니라 실무급 직원들까지도 자기 사람을 심어 원성이 많았다”면서 “조직을 시스템이 아닌 사람으로 끌고 가려 한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 당시 비선 조직으로 비판을 받았던 이른바 ‘영포라인’(영일·포항 출신)을 중용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국외·대북정보 파트가 무너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영포라인들이 선호도가 높은 국외파트를 독차지했고 이 과정에서 국외 근무 3년, 국내 근무 3년이라는 순환보직 원칙도 무너졌다고 한다.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북핵 실험 등 대북 정보에 취약했던 것도 원 전 원장의 과도한 인사 전횡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원 전 원장 인사 전횡은 최근 파면된 이모씨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이씨는 원 전 원장이 서울시 부시장 시절 서울시를 담당했던 인연으로 실세로 등장했다. 이씨는 원 전 원장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각종 인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정원 내부에선 5급인 이씨가 1급 인사에 관여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해 대선 전날인 2012년 12월 18일 3급으로 승진하며 특혜 인사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3월 남재준 국정원장 취임 이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돼 이씨는 대기발령받았다가 파면됐다.

남 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 전 원장의 인사 독점권이 과도했는데 이를 바로잡겠다. 지난 원장 시절 과거 조직의 잘못된 점은 인사규정을 사문화하고 원장의 인사권 독점으로 국정원을 사조직화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남 원장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 인사에 이의제기하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으니 그럴 경우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감찰실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조현우 기자
hirt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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