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성 유방암 4명 중 1명 'BRCA 돌연변이 유전자' 보유

가족성 유방암 4명 중 1명 'BRCA 돌연변이 유전자' 보유

기사승인 2013-11-13 16:25:00
[쿠키 건강] 한국유방암학회가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한국형 유전성 유방암의 지형을 알려 줄 대규모 연구 자료인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KOHBRA, Korean Hereditary Breast Cancer Study)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주요 36개 병원 유방암센터에서 3060명의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 유방암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지난 6년간 조사한 결과 2526명의 유방암 환자 중 16.5%(418명)에서 유전성 유방암을 유발하는 BRCA1/BRCA2 변이 유전자가 발견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족력이 변이 유전자 보유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이나 난소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 1168명 가운데 10명 중 2명 이상(23.7%)이 변이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계 내 유방암 환자가 본인을 제외하고 1명 이상인 경우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한 유병률이 18.7%였으며, 2명 이상이면 33.3%, 3명 이상일 경우에는 절반 이상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해 가족 내 유방암 환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변이 유전자 보유 유병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흔히 모계에서 유전된다는 편견과 달리 부계를 통해서도 변이 유전자가 전달될 수 있으며, 부모나 형제에서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자녀나 다른 형제에게 변이 유전자가 전달될 확률이 50%이다.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 중 가족력이 없는 경우에도 환자 1242명중 약 9.3%(115명)에서 BRCA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양쪽 모두에 유방암이 생긴 경우 변이 유병률이 12.1%였고, 유방암과 난소암이 함께 발병한 위험군의 변이 유병률이 16.7%였다. 40세 이전에 유방암이 발병한 경우에도7.6%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유전성 유방암을 유발하는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변이 보유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부 연구에서 70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했을 때 두 종류 중 한쪽이라도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10명 중 7명이 유방암에 걸릴 수 있으며, 2명은 난소암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유방암학회 김성원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외과, 한국인 유전성유방암 연구 총괄책임자)는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최대 10%에 불과하지만, 변이 유전자를 보유하면 유방암/난소암 위험이 크게 커짐은 물론이고, 위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다른 암 발병 위험도 커진다. “라며 “'유전성암'은 생활 습관 등이 동일해 비슷한 질환이 발생하는 '가족성암'과는 다른 것으로 가계에 유전력으로 인해 세대를 거듭해 지속해서 유방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유방암학회는 한국인 유전성유방암 연구 (KOHBRA study, Korean Hereditary Breast Cancer Study)로 명명된 이번 연구 결과로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의 특징을 규명하고, 유전성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진료 지침을 마련했다.

우선 유전자 변이 검사 대상자를 명확하게 규정했다. ▲BRCA1/BRCA2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환자의 가족이나 ▲본인이 유방암이고, 유방암/난소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35세 이전 발생한 유방암 ▲양측성 유방암 ▲유방/난소암이 동시에 발생한 여성은 유전자 변이 여부 검사가 필요하다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BRCA 유전자 검사 대상자 선별을 위한 예측 모델 (KOHBRA BRCA Risk Calculator, KOHCal)은 KOHBRA 연구 홈페이지(www.kohbra.k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한국유방암학회 이민혁 교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외과 이민혁 교수, 한국인 유전성유방암 연구 책임자)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은 암발생의 위험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무조건적인 유전자 검사와 무분별한 절제술이 능사가 아니다” 라며 “유전자 검사에는 윤리적인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주치의와 충분한 유전상담을 통해 검사 여부를 결정하고, 진단 후에는 정기적인 검진으로 유방암을 조기진단하고, 예방적 절제는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BRCA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므로 집중적인 진단과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유전성 유방암은 기타 유방암과 달리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만 18세부터 유방 자가 검진을 하고, 25세부터는 6개월 간격으로 전문의를 찾아 유방 촬영과 MRI를 함께 진행한다. 유방암의 예방을 위해서 타목시펜을 복용할 수 있으며, 가족력이 많은 경우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난소암 검진은 35세 이상의 여성에서 경질초음파와 CA125 종양표지자 검사를 할 수 있으나 조기진단률은 낮은 편이다. 그러므로 출산을 마친 여성은 35-40세에 예방적 난소절제술을 적극 추천하며, 이를 통해서 사망률의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위암,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의 위험률 증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진도 함께 진행한다.

한국유방암학회 김성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아시아 최초로 유전자 검사 권고 대상자를 선별하고, 한국인 BRCA 유전자 변이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면서 “특히 유방암 진료 권고안에 유전성 유방암이 새롭게 추가됨으로써 유전성 유방암의 대상 환자 선별과 상담, 예방적 치료 등에 대해 상세히 밝혀 향후 유전성 유방암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유전성유방암 진료현황 조사에 의하면 적어도 1,042명의 BRCA1/2 변이 보인자가 확인되었으며, 2012년 한 해에만 1,318명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여 향후 유전자 변이 양성 환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의 예방적 수술 현황을 보면, 현재까지 양측 유방절제술을 시행한 여성은 2명, 유방암환자가 반대편 유방을 절제한 여성은 21명, 예방적 난소절제술은 전체 여성 중 137명 (약 13%)에서 시행하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07년 6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사업단 후원으로 진행되었으며, 한국유방암학회 산하 36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전향적 다기관 공동연구이다. 연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www.kohbra.kr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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