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싱의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측은 “그녀가 일요일 오전 평화로운 모습으로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1919년 이란에서 태어난 레싱은 25년 가족을 따라 영국으로 건너왔다. 1950년 데뷔작 ‘풀잎은 노래한다’를 발표한 이래 소설, 희곡, 시 등을 망라해가며 60년 넘도록 왕성한 집필활동을 해왔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2007년 당시에도 87세 고령의 나이였지만 신간 출간을 앞두고 있을 정도였다. 하퍼콜린스 측은 레싱이 최소 55개 이상의 작품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레싱은 전쟁, 과학 미스터리, 여성의 삶을 조명한 작품을 주로 발표했으며 특히 여성의 내면세계를 묘사하는 데 탁월했다.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으로 꼽히는 62년작 ‘황금노트북(The Golden Notebook)’은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대표작이다. 하지만 레싱은 페미니스트 운동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살았으며 생전에 “여성들만 사는 세상에 살기를 원치는 않는다”고 말했다.
2003년 발표한 단편집의 표제작 ‘더 그랜드마더스(할머니들)’는 올해 ‘투 마더스(두 명의 어머니)’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돼 호주, 프랑스 등지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