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펠레(브라질)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듯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환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던 연인 이리나 샤크(28)와 입을 맞췄다. 호날두는 단상으로 올라가 펠레와 포옹했다. 이어 어린 아들 호날두 주니어(4)가 축하하기 위해 단상으로 걸어 나오자 와락 끌어안았다.
14일 국제축구연맹(FIFA)의 2013년 FIFA-발롱도르(Ballon d’Or)를 품에 안은 호날두는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레알 마드리드와 포르투갈 대표팀, 내 가족 그리고 여기에 계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이 상을 타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에우제비오가 하늘에서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FIFA-발롱도르는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 프랭크 리베리(31·프랑스)와 함께 최종 후보에 선정돼 경쟁을 벌였다. 호날두는 2008년 이 상을 받았고, 2009년부터 4년 연속 메시가 상을 독차지했다. 호날두는 5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며 ‘2인자’라는 오명을 벗었다.
호날두는 발롱도르 투표에서 모두 1365점을 얻어 27.99%의 지지를 받았다. 메시는 1205점으로 24.72%, 리베리는 1127점으로 23.36%를 얻었다. FIFA 회원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은 발롱도르 투표에서 1∼3위에 각 5점, 3점, 1점을 부여할 수 있다.
FIFA 공식사이트인 ‘FIFA.com’에 따르면 한국의 홍명보 감독은 리베리를 최고의 선수로 뽑았다. 이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6·폴란드)와 네이마르(22·브라질)를 선택했다. 한국팀 주장 이청용도 1위로 리베리, 2∼3위로는 호날두와 메시에 표를 던졌다. 경쟁자였던 메시와 호날두는 서로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호날두는 2013~2014시즌 20골을 터뜨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9골을 몰아쳐 이 부문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특히 스웨덴과의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포르투갈을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발롱도르 5연패에 실패한 메시는 “경기할 수 없는 기간이 길었고 출전하지 못한 큰 경기도 많았다”며 “하지만 내가 못 뛰었다고 해서 호날두의 수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호날두는 멋진 승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프랑스 축구선수 출신의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은 “리베리가 수상하지 못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발롱도르가 FIFA 주관으로 넘어가면서 변질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한편 ‘올해의 골’에 해당하는 ‘푸스카스상’은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3·파리 생제르맹)가 2012년 11월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터트린 30m 짜리 바이시클킥이 선정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