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왼쪽 발목이 부러졌다. 꼬박 1년 동안 재활에 매달렸다. 복귀 후 좀처럼 기량이 늘지 않았다.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는데….” 좌절한 아들은 울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빠, 공 안 차면 안 돼요?” 아버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석 달만 더 해 보자. 그러고도 못 하겠으면 그만두자.” 아버지의 말은 들은 아들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프로축구 경남 FC의 신인 우주성(21·1m83)의 아버지 우상일(48)씨는 “그때 고비를 넘지 못했더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뻔했다”고 껄껄 웃었다. 부자(父子)의 축구 인연은 남다르다. 똑같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부자는 부경고(전 경남상고) 축구부의 27년차 선후배 사이다. 포지션도 중앙 수비수 겸 수비형 미드필더로 같다.
우씨는 고교 졸업 후 실업 선수로 뛰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군대에 갔다. 이후 우씨는 축구와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반면 아들 우주성은 중앙대에 진학한 후 U-20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돼 지난해 7월 터키에서 열린 청소년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을 이끌었다. 지난해 12월엔 자유계약선발로 경남의 유니폼을 입었다.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이뤄 가고 있는 셈이다.
우씨는 초등학교 때 아들의 재능을 알아봤다고 했다. “스피드가 빠르고 발재간도 좋았어요. 공을 다루는 걸 보니 장차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격도 좋았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벌써 키가 1m65였거든요.”
아들의 가능성을 본 우씨는 ‘개인 트레이너’ 역할을 자처했다. “주성이가 초등학교 때 매일 학교 운동장에서 두 시간 동안 드리블, 헤딩, 킥 등 개인 훈련을 시켰습니다. 합숙 생활을 하던 중학교 시절엔 주말에 훈련했지요. 훈련을 하며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습니다. 성실하고 착한 아이지요.”
아들에 대한 우씨의 열성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22·레버쿠젠)의 아버지 손웅정(52)씨를 연상시킨다. 손씨도 선수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에게 개인 훈련을 시켜 스타로 키워냈다. 우씨는 “가정 형편이 넉넉해 주성이에게 좀 더 체계적인 훈련을 시키고 유학도 보냈으면 손흥민 못지않은 선수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우주성은 “신인이지만 올 시즌 전 경기를 다 뛰는 것이 목표”라며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패스가 살아 있는 수비수로 거듭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경남은 16일(한국시간) 터키 안탈리아의 글로리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터키 강호 베식타스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6분 이재안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 0으로 이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