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테이션 취소·축소 잇따르는 대학가
지난해까지 학교와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진행했던 부산외대의 오리엔테이션은 행사 장소에 대한 이견으로 올해 총학생회 단독으로 치러졌다. 이 때문에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학교 당국이 지원 및 감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각 대학들은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대책마련에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다. 이번 주말까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서울대 학생회 측은 장소 안전시설은 물론, 인근 병원의 위치와 소방시설, 여행자 보험, 도로상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성균관대는 예정대로 27일부터 2박3일로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하되, 각 단과대 학장과 직원이 순찰조를 편성해 안전점검에 나서기로 총학생회와 협의를 마쳤다. 다음달 2일까지 단과대 별로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하는 중앙대는 학생들이 행사를 진행할 강당이 컨테이너나 샌드위치 판넬을 썼는지 점검키로 했다.
부산 지역 학교들은 아예 오리엔테이션을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경남정보대는 다음달 초 1박2일로 예정됐던 행사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 일정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동의대와 동명대 등도 학교 밖에서 열리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부터 경주 등지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 중인 경북대는 18일 오전부터 빗발치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를 받느라 쩔쩔매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경주 지역 오리엔테이션 장소는 안전한 바닷가라는 설명을 드렸지만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재발 막으려면…학교 지원과 감독이 최우선
교육계에서는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학생회 주도의 ‘소규모·저예산·외부 오리엔테이션’이 대학가의 오랜 관행이라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 다른 참사를 막으려면 이런 관행부터 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활동이라고 해도 학교가 지원하거나 관계자가 동행하는 방법 등으로 행사를 함께 진행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한솔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신입생 수련회 등 행사를 진행한다면 안전사고는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며 “학교도 학생들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 학생회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과거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은 “오리엔테이션 행사가 필요하다면 학교와 학생회가 안전문제 등을 충분히 논의하고 행사를 일원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조성은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