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은 물론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에도 적극적인 아버지를 뜻하는 ‘슈퍼 대디(Super Daddy)’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 규정되던 아버지의 역할이 자녀의 학교생활을 돕는 조력자이자 학습도우미, 친구 역할로 확대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슈퍼대디들의 참여는 점점 늘어난다. 학부모 상담을 비롯해 일일교사, 급식봉사, 청소, 교통도우미 등에 손 들고 나서는 아버지들이 부쩍 늘었다. 아버지들의 ‘바짓바람’에 일부 학교에서는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각종 행사의 스케줄까지 바꿨다. 평일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아버지들을 배려해 학교운영위원회를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에 개최하는 학교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서울 혜화초등학교는 아버지들의 졸업식 참석을 위해 지난 14일 ‘야간 졸업식’을 열기도 했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요즘에는 학부모회의나 학교 행사에 어머니 대신 참석하는 아버지들이 30~40% 정도 된다”며 “아버지회를 만들어 주도적으로 학교에 목소리를 내는 슈퍼 대디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들의 신학기 준비물을 직접 챙기는 아버지들도 눈에 띈다. G마켓은 3월 입학 시즌을 앞두고 학용품·어린이 책가방 등 신학기 준비물의 최근 한 달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30~40대 남성 고객들의 구입량이 지난해 대비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 구입은 전년 대비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신학기용품의 구입 비중 역시 남성이 지난해 19%에서 입학 준비기간인 최근 한 달 23%로 늘어나는 등 자녀들의 신학기 준비물을 직접 챙기는 아버지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2007년 출생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황금돼지띠 특수’에 가정적이고 자녀 교육에도 관심 많은 30~40대 슈퍼 대디들의 바짓바람이 더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