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홍 통한 마지막 재판 흔들기 실패=대법원은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 전 고문에 대한 추가심리가 필요하다는 최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고문은 2008년 말 최 회장 형제로부터 투자위탁금 명목으로 문제가 된 회삿돈 450억원을 송금받은 인물이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항소심 선고 직전 대만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측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앞서 증거로 제출됐던 통화 녹취록에서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형제는 450억원 송금에 대해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범행에 대해 몰랐다는 최 회장 측의 무죄 주장과 일치했다. 때문에 최 회장 측은 항소심에서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고문 없이도 최 회장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재량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신문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가능했음에도 선고를 강행한 항소심 재판부에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수차례 진술 번복에도 최 회장 횡령 유죄=최 회장 측은 1심 재판부터 상고심 재판까지 수차례 전략을 바꿨다. 1심 재판에서는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자신 몰래 저지른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말을 바꿨다. 펀드 조성까지는 인정하지만 450억원 송금에는 관여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할 투자위탁금이 아니라면 최 회장이 펀드출자 및 선지급을 허락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된 돈을 나중에 최 회장 형제가 대출받아 메운 점 등도 유죄 이유가 됐다.
오히려 최 회장의 진술 번복은 법원에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재판에서 취한 태도들을 보면 과연 재판을 수행하는 법원에 대해 조금이라도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강화된 양형기준 따른 첫 재벌총수 실형확정=최 회장은 2009년부터 강화된 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라 실형을 확정받은 첫 재벌총수 케이스가 됐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횡령·배임 범죄의 기본형량은 징역 5~8년이다. 감경요소가 있다면 징역 4~7년까지 형이 낮아진다. 최 회장의 경우 감경된 형량의 최저형을 선고받은 셈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을 법정구속하며 “최 회장에 대한 처벌이 우리 경제계에 미칠 영향을 양형에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벌 총수라 하더라도 양형기준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밝힌 것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