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없이 1년… 반정부 시위에 베네수엘라 ‘휘청’

차베스 없이 1년… 반정부 시위에 베네수엘라 ‘휘청’

기사승인 2014-03-05 20:01:00
[쿠키 지구촌]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51) 대통령도 장발에 기타를 둘러메고 전국을 유랑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버스 운전사부터 노조 간부 활동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을 훑은 그의 이력은 ‘사회주의 혁명가’로 추앙받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지난해 3월 5일 차베스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마두로는 자연스럽게 대권을 잡았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채 안돼 마두로 대통령은 전국 각지의 반(反)정부 시위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실패한 차베스의 아들’이란 핀잔이 나온다.

1월 중순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기간 최소 17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이 다쳤다. 사망자는 시위에 나선 20대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젊은 시절의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 엽총을 앞세워 무자비한 진압에 나섰다.

‘마두로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주로 대학생과 중산층이다. 차베스나 마두로의 지지기반인 서민층으로까지 확산되진 않았다. 차베스에 대한 향수가 아직 유효한 탓이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와 만성적인 생필품 부족, 높은 범죄율로 인해 이들도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하다.

마두로 대통령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직면한 까닭은 역시 경제난이 가장 큰 이유다. 자원이 풍부한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팔아 번 돈으로 식료품, 생필품을 수입해 먹고 사는 나라다. 원유에 기댄 경제구조는 차베스 집권기간에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를 통과 중인 현 시점에선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 들어 미국이 양적완화(달러공급) 정책을 축소하기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르 가치는 급락했고 이는 물가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무려 56.2%에 달했다. 우유, 화장지 같은 생필품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기초생필품 부족은 범죄율 증가로 이어져 지난해에는 약 2만4700명이 살인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차베스 전 대통령에 비해 마두로의 정치력이 한참 뒤처지는 것도 반정부 시위를 잠재우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처럼 말하고, 옷차림을 따라하지만 시민들은 그를 ‘짝퉁 차베스’ 정도로 여긴다. 특히 시위대를 향한 무력진압은 반발심만 더 키웠다. 마두로 대통령은 시위 초기 야당 지도자 레오폴도 로페즈를 체포했고, 이는 시위대를 한껏 자극시켰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가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되진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23개 주정부 중 20곳이 차베스와 마두로의 영향력이 큰 곳인데다 지지기반인 서민층까지 시위에 가담한 상황은 아니어서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차베스만큼의 지지도가 없어 마두로가 2019년까지 보장된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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