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키움통장 '암초' 만나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민간 재원 조달도 어려워

희망키움통장 '암초' 만나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민간 재원 조달도 어려워

기사승인 2014-03-11 19:36:01
[쿠키 경제] 정부가 빈곤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시행중인 희망키움통장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올해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외에 차상위계층까지 범위를 확대키로 했지만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업 활성화에 필요한 민간 재원을 조달하는 것도 어려워져 갈수록 혜택이 줄어들 전망이다.

희망키움통장은 근로·사업소득이 최저생계비(3인 가구 기준 132만9000원)의 60% 이상인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저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월 10만원을 내면 정부지원금이 평균 25만원 지원되고 민간재원으로 10만원을 더 얹어준다. 3년 만기를 채울 경우 가입자는 360만원만 내고도 원금만 1620만원을 받는 셈이다. 이를 주택 임대료나 창업 자금으로 쓰도록 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겠다는 취지다. 만기를 채우는 탈수급 비율이 60%여서 10%대인 다른 자활사업보다 성과가 높다.

이런 성과에 기반해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지난해 8월 중산층 복원의 일환으로 희망키움통장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오는 7월부터 가입대상을 최저생계비 120% 이하인 차상위계층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희망키움통장 사업에 배정된 예산 480억원(국비 기준) 가운데 차상위계층에 돌아가는 예산은 48억원으로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정부는 약 8만명 가량이 해당될 것으로 보고 올해 7월부터 차상위계층 1만명을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143만명으로 추산되는 근로빈곤층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다. 올 하반기 1만명에 월 10만원을 지원할 경우에 대비해 지방비 지원을 합쳐 간신히 예산 60억원을 맞췄다. 또 차상위계층의 경우 기초수급자보다 근로능력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라 대상자의 소득비율도 최저생계비의 90% 이상으로 높였다. 차상위계층은 1대 1 매칭방식이어서 월 10만원을 저축하면 지원금도 10만원만 지원되기 때문에 정부지원금만 평균 25만원을 받는 기초수급자에 비해 자산형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희망키움통장 사업에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기존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의 재원을 활용해 지원금을 늘려왔지만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1일 “사업규모가 증가할수록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민간재원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며 “2010년 가입자는 민간 지원을 받았지만 지난해 가입자부터는 이를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에는 3인 가구가 최대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2400만원이라고 소개했지만 최근 발표한 희망키움통장 실적 자료에서는 3인 가구의 최대 지원액을 2000만원으로 수정했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의 자산형성을 돕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정부가 희망키움통장 지원 기준을 넓히고 제도적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백상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