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톡톡 튀는 초등학교 선거현장...‘별에서 온 회장’ ‘잠시만요, 기호 4번 찍고 가실게요’

[르포] 톡톡 튀는 초등학교 선거현장...‘별에서 온 회장’ ‘잠시만요, 기호 4번 찍고 가실게요’

기사승인 2014-03-13 00:36:00
[쿠키 사회] ‘별에서 온 회장, 여러분의 매니저 ○○○.’ ‘잠시만요. 기호 4번 △△△ 찍고 가실게요.’

12일 오전 8시20분 서울 방이초등학교 후문 앞에서는 학생회장 선거를 위한 막바지 선거유세가 한창이었다. 회장 후보 5명, 부회장 후보 6명를 비롯해 유세인단 50여명은 손글씨로 정성껏 쓴 피켓을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전교회장이 되기 위해 400년을 기다렸다’ ‘응답하라 2014 □□□’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후보는 ◇◇◇입니다’ 등 톡톡 튀는 패러디 문구가 시선을 붙잡았다. 자신의 사진과 공약이 담긴 명함을 돌리는 후보도 있었다.

오전 9시가 되자 방송실에서 후보들의 정견 발표가 시작됐다. 회장에 도전하는 기호 3번 김은일(12)군은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회장, 여러분의 도민준(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 이름)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해 여학생들의 시선을 끌었다.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라는 말로 정견 발표를 시작한 부회장 후보 차해빈(11)양은 “무관심도 학교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같은 반 친구에게 말을 걸어보자”고 제안했다. 부회장 후보 최민서(11)양은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잇고’를 열창하기도 했다.

방이초는 몇 년 전부터 학생회장 선거에 ‘전자투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교실에 있는 TV로 후보자 정견 발표를 들은 뒤 각자 부여받은 ‘인증번호’를 교실 컴퓨터에 입력해 비밀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정견 발표가 끝난 오전 9시30분쯤부터 유권자인 4~6학년 학생들은 동시에 투표를 시작했다.

6학년 허진호(12)군은 “인증번호를 입력하는 게 약간 번거롭기는 하지만 투표용지에 실수로 찍을 위험도 없고 집계도 빨라 장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6학년 강준수(12)군은 “학교폭력과 욕설을 줄이겠다는 후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개표 결과 경청과 소통을 내세웠던 김은일군이 총 387표 중 150여표를 얻어 회장에 당선됐다.

이 학교 윤순단 교감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 달에 한 번 짜장면을 쏘겠다’ ‘학교에 매점을 만들겠다’ 등 허무맹랑한 공약을 내세우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학교폭력이나 욕설 추방, 배려하고 소통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등 진지하면서도 참신한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가 많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정견 발표 시간을 제한하고 유세 포스터 규격 등을 정해주니 연설문을 사교육 업체에 의뢰하거나 과외를 받는 등 지나친 경쟁 분위기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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