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독과점 심해지는데… 경제민주화 외면하는 공정위

대기업 독과점 심해지는데… 경제민주화 외면하는 공정위

기사승인 2014-03-17 00:39:00
[쿠키 경제] 소수 재벌이 한국 경제를 장악하는 구조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가로막는 독과점산업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2년차 들어 경제민주화는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시장구조조사(광업·제조업 분야) 결과’에서 상위 10대 기업의 일반집중도가 26.8%로 집계돼 전년(26.3%)보다 0.5% 포인트 상승했다고 16일 밝혔다. 상위 50대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일반집중도는 45.2%를 기록해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일반집중도는 전체에서 해당 기업의 출하액과 종사자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대기업의 일반집중도는 1980년대 이후 하락추세였으나 2002년 이후 완만한 상승추세(2010년 제외)로 돌아섰다. 2000년대 초반 벤처붐이 꺼지면서 수출주도형 대기업들만 높은 성장세를 보인 탓이다.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는 산업은 59개로 전년(47개)보다 12개(25.5%) 늘어났다. 독과점을 판단하는 기준은 단일 기업이 시장점유율에서 50%를 넘거나 상위 3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5%를 넘어야 한다. 정유·승용차·설탕·맥주·비료·펄프 등이 독과점 시장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독과점 산업의 경우 높은 수익을 거두는 반면 연구개발(R&D) 비중이 낮아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독과점산업 59개의 평균 순부가가치율(수익률)은 35.0%로 광업·제조업 분야 476개 평균치(28.0%)를 웃돌았다. 이에 비해 R&D 비율은 1.5%로 평균치(1.8%)보다 낮았다. 또 소수 대기업에 시장이 좌지우지되면서 담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는다. 대기업들은 담합을 주도하고도 자진신고자 면제제도(리니언시)를 활용해 수백억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을 피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민주화 칼날은 갈수록 무뎌지고 있다. 올해 들어 대기업의 지배력 확장을 견제하는 공정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의 불공정거래 등 비정상적인 거래관행 개선을 최우선과제로 제시하며 불과 1년만에 정책방향을 바꿨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도 유통·대리점·하도급분야에서 발생하는 거래관행에 집중할 방침이다.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구조개혁안이 국회 입법과제로 남아있지만 논의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는 암덩어리”라며 규제 완화에 강한 의지를 보인터여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을 바로잡는 동력도 사실상 떨어졌다는 평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경제민주화가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가계소득 정체와 같은 양극화 현상을 개선하려면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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