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성폭력 피해자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성폭력 피해자 법률조력인 제도’가 시행 3년째를 맞았지만 담당 국선변호사들이 재판 날짜조차 제대로 통보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경 변호사는 19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심포지엄’에 참석해 “성폭력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들이 여전히 재판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가 참여한 ‘공판 과정에서의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제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선변호사 11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재판기일을 제대로 통지받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64.9%나 됐다. 기일 통지가 이뤄진 경우에도 충분한 준비가 가능토록 열흘 전에 통지된 경우는 10.8%에 불과했다.

지난해 2월 한 성폭력 피해자의 법률조력인으로 선임된 이 변호사도 같은 경험을 했다. 재판 날짜가 잡히기만을 기다리던 이 변호사는 그해 4월 23일 재판이 이미 종결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재판기일은 통보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면서 하루 만에 사건이 끝나버린 것이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범행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법정에서 호소하고 싶어했다”며 “기일이 제대로 통지되지 않아 피해자가 재판에 참여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재판에 제출되는 증거나 기록을 제때 열람·등사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국선변호사는 “제때 재판기록을 보지 못하면 재판에 들어가서도 피해자를 위한 적극적인 변론을 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