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간첩사건 증거위조' 실체… 공안 검사들은 '패닉'

드러나는 '간첩사건 증거위조' 실체… 공안 검사들은 '패닉'

기사승인 2014-03-19 22:52:00
[쿠키 사회]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국가정보원 본부 직원까지 구속되자 대공 수사를 담당하는 공안 검사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번 사안이 공안 수사 전체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유우성(34)씨 수사에 관여한 한 검사는 19일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에서는 ‘이번 일과 관련해 외부에 함부로 얘기하지 마라’는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공안 검사들은 증거위조 수사팀에서도 완전히 배제된 채 동료 공안 검사들이 수사 대상이 된 상황을 지켜봐야하는 처지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공안 검사는 “처음에는 사건 실체와 절차적 문제를 분리해서 보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누구도 얘기하기 어렵게 됐다”며 “검사들도 서로 문제를 거론하기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공안부장은 “진상이 뭔지 최대한 신속히 접근해서 도려낼 것은 제대로 도려내야 한다”면서 “앞으로 간첩 수사는 모두 조작 의심을 받을 판”이라고 걱정했다.

공안 검사들은 증거위조 사태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 식구’인 유씨 수사·기소 검사들보다는 국정원의 과오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해외 증거 수집의 경우 국정원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의 한 검사는 “국정원이 음지에서 실체적 진실을 위해 정보활동을 하지만, 그것이 기소 단계나 법정의 증거로 쓰일 때는 철저히 합법성을 갖춰야 한다”며 “정보의 유혹에 빠지면 탈이 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다른 검사는 “국가 정보기관이 가져오는 자료를 일일이 의심하고 진정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도 국정원이 위조된 것을 알면서도 증거로 냈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거 조작 의혹과 유씨의 간첩 혐의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유씨 공소유지를 지휘하고 있는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기존에 냈던 증거들을 다시 정밀하게 보고 있다”며 “유씨가 정말 간첩이냐 하는 부분의 규명 작업은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장검사도 “국정원이 무리한 것은 틀림없지만 유씨의 친동생이 ‘오빠는 간첩’이라고 증거보전 심리 때(지난해 3월) 판사 앞에서 진술한 것이 안 받아들여 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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