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추진한 규제완화 왜 실패했나… 모호한 기준, 계속되는 시행착오

20년 추진한 규제완화 왜 실패했나… 모호한 기준, 계속되는 시행착오

기사승인 2014-03-23 18:47:01
[쿠키 경제] 규제완화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짐없이 등장했던 구호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었다. 하지만 규제완화책은 지난 20여년간 실패를 거듭했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당위만 있었을 뿐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세밀한 접근법은 부족했다. 부동산정책은 참여정부 때 강조했던 규제를 이명박정부 때 대거 완화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임기 초반에는 규제완화를 외치다 중반 이후부터 국정기조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모호한 기준, 계속된 시행착오=전문가들은 규제완화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꼭 필요한 규제와 없어져야 할 규제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점을 꼽는다. 1993년 김영삼정부가 출범한 이후 행정쇄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규제개혁이 시작됐지만 ‘임기 내 최소 50% 폐지’와 같이 규제총량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규제완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아 규제완화가 되레 규제강화로 이어졌다.

2003년 터진 ‘카드대란’은 김대중정부 때의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가져온 결과였다. 2000년대 초반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벤처붐’이 꺼진 이후 정부는 내수활성화 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독려했다. 거리에서도 신용카드 모집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카드사의 신용카드 발급한도도 늘렸다. 이후 신용불량자가 대규모로 발생했고 카드사들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

향후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더라도 금융시장 감독기능은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장의 독점 폐해를 줄이는 공정거래분야, 노동 3법과 소비사보호법 등 사회적 약자 보호, 환경보호 관련 규제도 ‘좋은 규제’로 꼽았다.

◇일관된 규제완화 의지 갖고 불필요한 규제 선별해야=정권마다 정책별 규제가 달라지는 것 역시 시장의 불신을 자초한다. 노무현정부 때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규제를 대폭 줄였다.

정부가 규제완화 의지를 끝까지 밀고 가지 못하는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이명박정부는 임기 초반에는 법인세율을 낮춰 대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등 강력한 규제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집권 중반 이후부터는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으로 국정기조를 바꿔버렸다. 이 때문에 규제개혁위원회 주도로 진행되던 각종 규제완화 정책이 흐지부지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와 이해관계자 간 소통을 늘려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규제들은 정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3일 “지금까지는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규제를 풀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다시 만드는 것을 반복했다”며 “규제를 뭉뚱그려 다 없애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규제완화가 오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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