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해외여행 면세한도 인상이 규제개혁?… "부자만 혜택" 반론 거세"

"[생각해봅시다] 해외여행 면세한도 인상이 규제개혁?… "부자만 혜택" 반론 거세"

기사승인 2014-03-24 18:04:00
[쿠키 경제] 정부가 1996년 이후 미화 400달러에 묶여있는 해외여행 면세한도 인상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지난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재계가 현실과 맞지 않다며 면세한도 상향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면세한도를 높이면 일부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반대입장과 현실에 맞게 바꿔야한다는 찬성론이 맞서고 있어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면세기준은 1979년 여행자 휴대품 면세기준이 10만원으로 도입된 후 1988년 30만원(400달러), 1996년 미화 400달러로 바뀌었지만 이후 18년간 그대로다. 면세기준 외에 술 1병(1ℓ), 담배 1보루(일반기준 20개피 10갑), 향수 1병(60㎖)은 별도로 면세혜택을 준다.

면세한도 인상 문제는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민소득과 물가가 많이 올랐고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18년간 그대로인 면세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면세한도 상향방안을 검토했으나 최종 입장은 ‘유보’였다. 기준점을 높이면 해외여행이 잦은 일부 고소득계층에만 면세혜택이 돌아가 조세형평성을 해친다는 것이 근거였다. 조세연구원(현 조세재정연구원)도 2011년 당시 용역보고서에서 면세한도를 600~1000달러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지만 내수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장 기준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논란에 다시 불을 댕긴 것은 재계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회의에서 10년 이상 지속된 규제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400달러로 동결돼있는 면세기준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2010년 기준 한국의 면세한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29번째로 낮고,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중국(750달러)이나 대만(678달러)도 우리보다 면세기준이 높다는 점도 근거다.

기획재정부 내에서는 면세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 당혹스런 표정도 읽힌다. 그동안 세제개편의 큰 방향에서 조세형평성을 중시해왔는데 면세기준을 높이는 것은 이를 해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세금을 깎아주는 문제까지 ‘나쁜 규제’로 몰아붙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술과 담배 등을 포함시켜 면세한도를 높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24일 “술이나 담배를 포함시켜 면세기준을 800달러 정도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술과 담배를 사는 이들과 사지 않는 이들 간 역차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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