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하느라 힘들죠” vs “말조심하라”… 국정원만 가면 허위자백?

“위조하느라 힘들죠” vs “말조심하라”… 국정원만 가면 허위자백?

기사승인 2014-03-28 20:55:00
[쿠키 사회] 유우성 간첩사건 증거위조 사건 이후 국가정보원을 거친 다른 간첩사건을 놓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검찰이 잇따라 충돌하고 있다. 민변은 국정원의 회유와 협박에 무고한 사람들이 허위자백을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일관되게 자백하던 간첩 혐의자들이 민변만 만나고 오면 말을 바꾼다’며 불편한 기색이다.

민변은 지난 27일 “간첩혐의로 기소된 북한 보위사령부 출신 홍모(40)씨가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허위 자백했다고 털어놨다”며 사건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씨가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 독방에 6개월 동안 감금돼 조사받으면서 회유·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입장은 다르다. ‘관대한 처벌을 바란다’며 자필 반성문까지 써서 재판부에 제출한 홍씨가 민변을 만난 이후 돌연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28일 “먼저 검찰에 면담을 요청해온 홍씨가 민변 변호인을 접견한 직후 ‘변호인 없이는 검사 면담을 하지 않겠다’며 돌아갔다”고 말했다. 검찰과 민변의 날선 신경전도 전개되고 있다. 변호인은 검찰의 홍씨 소환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기소 이후에 홍씨를 왜 부르느냐. 증거 조작하느라 힘드시죠”라고 말했고, 담당검사는 “지금 모욕하는 거냐”고 말했다고 한다.

유우성씨 사건의 경우 유씨 여동생 가려씨는 국정원 합신센터에서 ‘오빠가 간첩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가려씨는 지난해 재판과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민변은 국정원 수사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이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민변 장경욱 변호사는 “무고한 탈북자들이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독방에서 장시간 허위자백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간첩 혐의자들이 민변을 만나서 말을 바꾸는 게 아니라, 국정원이 허위자백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양석용 판사는 지난달 21일 “가려씨가 장기간 합신센터 독방에 수용돼 조사를 받았고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오빠가 처벌을 받고 나오면 한국에서 함께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국정원의 회유를 일정부분 인정했다.

반면 검찰은 민변이 범행을 자백한 간첩 피고인에게 허위진술을 종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간첩 이경애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간첩임을 자백했던 이씨는 2012년 7월 첫 재판준비기일이 열린 직후까지도 국정원장 앞으로 민변 변호사를 비판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자 이씨는 말을 바꿨다. ‘국정원에서 하루 100장 이상의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받았고 폭행과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5년을 확정했다. 검찰 간부는 “인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좋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 모든 간첩 사건을 조작이라고 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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