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에 당황한 법원·검찰… ‘외양간 고치기’

‘황제노역’에 당황한 법원·검찰… ‘외양간 고치기’

기사승인 2014-04-03 01:42:00
[쿠키 사회] 일당 5억원 ‘황제노역’ 사태로 공분을 산 법원과 검찰이 뒤늦게 제도 정비에 나섰다. 대법원은 향판(지역법관)제를 유지하는 대신 ‘심사·갱신’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검찰은 미납 고액 벌금을 강제집행하기 위해 ‘재산 집중 추적·집행팀’을 설치·운영키로 했다.

◇법원, 향판 심사·갱신제 검토=박병대 대법원 행정처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판사들을 전국 각 지역으로 순환근무하게 하는 것은 법원 인력구조상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봐주기 판결’ 논란을 불러일으킨 향판제를 당장 없앨 수는 없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대신 지역법관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지역근무를 선택한 판사가 지법부장판사, 고법부장판사, 법원장 등으로 승진할 때마다 다른 권역으로 인사를 내는 방안이다.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게 되는 판사가 지역인사들과 유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정기적인 인사로 봉쇄하겠다는 차원이다.

현재 10년인 지역법관의 임기를 7~8년으로 줄이고 임기가 만료된 지역법관이 ‘계속 근무’를 신청할 경우 심사를 하는 방안도 나왔다. 심사과정에서 계속 근무하기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는 법관은 다른 지역으로 전보되는 식이다. 대법원 행정처는 지역법관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다양한 세부 방안 마련을 검토하는 중이다.

◇검찰, ‘집중 추적·집행팀’ 설치=검찰도 ‘몸으로 때우는’ 고액 벌금 미납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기로 했다. 일선 검찰청마다 ‘재산 집중 추적·집행팀’을 설치·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추적팀은 공판부·집행과·공익법무관으로 구성된다. 검찰이 현재 파악한 1억원 이상 고액벌금 미납액은 허 전 회장의 224억원을 포함해 모두 1321억원이다.

추적팀은 벌금 미납자의 동산·부동산뿐 아니라 채권·주식 등 유가증권 보유 내역까지 파악해 재산을 은닉할 경우 민법상의 소송 등을 제기하기로 했다. 또 재판부가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책정하는 노역장 일당이 부당하게 높은 경우 적극적으로 항소·상고하기로 했다. 허 전 회장 같은 황제노역 사태가 벌어질 경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검찰은 허 전 회장에게 벌금 254억의 선고를 유예해 달라고 구형해 ‘봐주기’ 구형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한편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의 사표를 수리한 대법원 행정처의 결정에 대해서도 일부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이 장 법원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징계시한이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금품수수의 경우 징계사유가 있는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징계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장 법원장과 허 전 회장의 대주그룹 간 아파트 매매 의혹에 대해 장 법원장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사실상 조사를 종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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