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개인 정치후원금 빗장 없애… '무한정 돈 뿌리기' 가능하다

美 대법원 개인 정치후원금 빗장 없애… '무한정 돈 뿌리기' 가능하다

기사승인 2014-04-03 16:48:00
[쿠키 지구촌] 미국 연방대법원이 선거자금에 대한 빗장을 모두 풀었다.

대법원은 2일(현지시간) 한 개인이 공직선거 후보자나 정당, 기타 정치자금모금단체인 ‘슈퍼팩(PAC)’에 기부하는 정치후원금 총액을 제한한 연방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 5명, 합헌 4명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정치후원금 총액 제한은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 개인이 기부할 수 있는 정치후원금 총액은 2년을 기준으로 선거 후보자는 4만8600달러, 정당 및 슈퍼팩에는 7만4600달러로 총 12만3200달러(약 1억3000만 원)의 제한선이 적용됐다. 이번 판결로 개인의 정치후원금 제한이 전면적으로 풀려 무한정 돈을 뿌릴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앞서 2010년에도 선거 후보자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 단체가 지출하는 광고와 홍보비에 제한을 둘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날 판결로 개인, 기업, 단체 모두 합법적으로 무제한 기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은 다만 선거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뒤 개인이 후보자에게 건넬 수 있는 선거당 기부금은 2600달러로 제한한 규정은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비공식 선거운동기간이 평균 1~2년 정도로 긴 점을 감안할 때 제한 규정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온 이번 판결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려던 정부 노력을 교묘한 방법으로 무력화시킨 것 같다”며 “고액 기부자와 슈퍼팩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지적했다. 미국은 1970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 당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계기로 고액 기부자들의 매표 행위를 막기 위해 정치후원금 제한 조항을 마련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정부는 이번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고,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미국은 돈의 정부가 아닌 다수의 정부”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공화당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반겼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민주당에게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일 수 있어서다. ‘대선은 돈이 좌우한다’는 말이 나오는 미 정치판에서 현재 독주 중인 클린턴 전 장관에서 거액의 정치후원금이 쏠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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